이야기/객석과 무대 17

[음악극] 햄릿 아바따 - 욕망에는 대가 따르고, 혁신에는 희생 필요하다

묘무였다. 춤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대를 휘어잡고 관객을 압도하는 에너지 덩어리였다. 인도 무용수 ‘아스타드데부’의 춤과 안무는 현란과 절제의 줄을 타며 눈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무척 정갈했다. 붉은 꽃잎이 활짝 벌어지는 순간처럼, 생명력이 넘쳤다. 특히 무거운 정적에 현란한 춤이 곁들여질 때는 인간의 번뇌와 해탈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 같았고,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을 흠뻑 빨아들이는 듯 신성했다. ‘파르바디바울.’ 청아한 목소리로 혼을 빼앗았다. 인도 최고의 가수라는 소개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공연 첫 시작부터 전율을 일으켰다. 레코드판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맑고 고요했다. 그녀의 노래는 극적인 순간마다 무대에 흘러나와 영적인 분위..

[무용] 춤추는 허수아비 - 탐욕에 대한 경고

춤추는 허수아비는 부동산 개발자의 탐욕에 맞서 고향땅을 지키려는 허수아비의 이야기다. 이 무용극은 도덕과 정의보다 돈이 우선인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정공법이 아니라 풍자와 조롱으로 풀어낸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할머니와 순수한 처녀, 허수아비와 닭, 풀과 숲의 정령 등이 부동산 개발업자와 맞서며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춤추는 허수아비의 미덕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섬세한 화법에 있다. 이 무용극은 무용가들의 역동적인 연희, 관객들을 동화시키는 무대매너, 영상과 무용수의 춤을 접목시켜 작품의 퀄리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춤사위와 어우러지는 포클레인 영상은 이 무용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또 허수아비와 다툼을 벌이는 닭의 코믹 연기도 볼만하다. 무용과 재미를 연결시키는 매듭이 아주 견..

[연극] 수탉들의 싸움 - 욕망과 성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

괴로운 극작이다. 한숨부터 새어 나온다. 연극 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일까? 아니다. 그럼 주인공에게 자신 중 한 사람을 선택하고 강요했던 두 사람은 과연 그를 사랑했을까? 그것도 아니다. 두 사람은 주인공의 존재를 거의 의식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만 집착했다. 자신의 기분과 감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를 닦달했다. 강자가 약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확인받기 위해 혼내고 윽박지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인간의 가장 강렬한 기질 중의 하나는 인정 받고, 사랑 받고, 존경 받으려는 욕망이다. 연극 의 주인공 존은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갈등한다. 남자는 오랫동안 함께 동거한 동성애인, 또 한 사람은 우연히 만나 두세 번 정도 성희를 즐긴 여성이다. 객관적인 상황은 이렇다. 존은 자신을 ..

[무용] House - 샤론 에얄, 인간의 원초적 욕구 자극하는 무용

눈부신 몸. 나체의 남녀 무용수들이 흐느적거린다. 힘이 넘치는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탄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몸 위로 인간의 갖가지 어두운 모습들이 하얗게 드러난다. 극도의 호흡을 절약해 조형한 것 같은 신체의 움직임, 그 상상할 수 없는 볼륨감이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하늘거리며 뒤틀린 몸은 역동적이고 비장하다. 보는 내내 몸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다. 신비롭고 달콤한 테크노 선율에 몸을 맡기고 나풀나풀 하늘로 날아가는 상상을 한다.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얼굴. 절정과 환희의 최고조에 이른 격정은 눈길이 닿는 곳마다 숨차고 벅차게 부서진다. 무용은 심미적이며,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우아하거나 거북한, 여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비주얼 등을 극대화해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연극] 똥장 - 똥 누고 밑 안 닦은 것 같은 현실

먹고사는 일. 쉽지 않다. 수많은 군상이 모여드는 나이트클럽, 그것도 화장실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현대인의 힘겨운 삶을 은유한다. 하물며 화장실에서 돈을 버는 ‘똥장’의 삶은 어떠할까. 똥을 참지 못해 쩔쩔매는 사람이 딱 그의 삶이다. 시끄러운 잡음, ‘찌릉내’가 풀풀 풍기는 변기, 욕설 섞인 말, 시시콜콜한 색정이 흐르는 곳에서 똥장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계속해서 절한다. 아~ 똥 마려운 날이다. 바지를 채 내리기 무섭게 총알처럼 쏟아지는 물똥을 누다가 밑 안 닦은 것처럼 찝찝한 현실이랄까. 화장실의 상태는 각양각색이다. 화장실은 수세식도 있고 ‘푸세식’도 있다. 청결하지만 지저분도 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지만 진한 인조향도 나며, 도색만화가 그려져 있지만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기도 한다. 화장실을 들..

[넌버벌 퍼포먼스] 보면 또 보고 싶고, 안 보면 후회하는 비밥

잘 만들어진 ‘넌버벌 퍼포먼스’로 소문이 자자한 ‘비밥’. 그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은 시작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퍼포먼스의 수준도 높은 데다, 실수 하나 없이 물 흐르듯 진행돼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또 블랙라이트, 슬로 모션 등의 장면도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고, 코믹한 요소와 관객 참여 부분을 퍼포먼스에 잘 끄집어내고 버무린 점도 높은 평점을 줄만 했다. 관객들은 무대에 올라 낯선 사람과 러브 샷도 하고, 셰프의 구박도 받고, 마지막엔 무대 소품까지 치운다. 그리고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껄껄껄 웃으며 환호성을 지른다. 관객들도 모두 비밥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원더풀’이다. 공연장..

[무용] 춤추는 허수아비 - 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경고

수천 년을 내려온 산과 들, 강과 숲, 논과 밭이 사라지고 있다. 인간은 편해지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자연을 개발해 왔지만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더 많은 것을 채우기 위해 약자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빼앗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해 왔다. 서울시무용단의 무용극 ‘춤추는 허수아비’는 인간의 탐욕에 정면으로 저항한다. 인간이 아니라 ‘허수아비’라는 자연을 저항의 주체로 삼아 지구에 닥쳐올 재앙을 빗대어 얘기한다. 예인동 서울시무용단장의 감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는 보통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 등으로 빚어진 문제를 자연의 ‘저주’라고 규정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자연의 ‘경고’라 할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에게는 일종의 기대가 있다. 일..

[연극] 칼잡이 -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사랑

사람은 고독과 향수에 젖은 삶에서 완전히 떠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작별할 수도 없고,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순수한 방랑자가 될 수도 없다. 그렇게 미련과 집착을 오가며 사는 게 사람이다. 삶을 조금이라도 사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를 얻기 위한 삶이 무엇인지 아는 이는 드물다. 평화는 진정으로 행복을 말하지 않을 때 찾아온다. 자기애에서 벗어나 타인을 볼 수 있을 때, 협소한 가족의 의미에서 벗어나 그 이상의 테두리에서 가치를 발견할 때, 진정한 위로가 다가오며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번민도 잠재워진다. 쉽게 얘기하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처럼 삶을 나누면 평화도, 웃음도 휴식처럼 찾아온다. 그것을 연극 ‘칼잡이’는 힘주어 말한다. 칼잡이는 ..

[뮤지컬] 드랙퀸(Drag Queen) - 당신에게 타인의 삶을 재단할 권리 있나?

뮤지컬 ‘드랙퀸’을 진지하게 봤다. 충동과 ‘우연’이 계속되는 삶이지만, 드랙퀸 ‘쇼’를 본다는 것은 그 이상의 경험이다. 하지만 웃음과 탄성이 저절로 쏟아져 나오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모두들 다른 것 같아도 사람은 사람이다. 먹고 싸고 사랑하고 싸우고 울고 웃고 섹스하는 삶, 사는 게 다 그렇다. 성품이 다르고, 생긴 모양이 다르고, 젠더가 달라도 사람은 사람이다. 사람. 그러나 사람은 모두 똑같은 그림자를 밟으며 살지 않는다. 하는 일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과제도 다르고, 추구도 다르다.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삶이 있고, 사랑의 방식 또한 다르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기도 하고, 여자가 되려는 남자도 있고, 남자가 여자처럼 살기도 한다. 하지만 주위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는 것 같다. 세상의 편..

[넌버벌 퍼포먼스] 월드비트 비나리 - 만복을 비는 음악 신내림

삶은 모순덩어리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잘 살기 위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인간은 더 상처받고 아픔을 겪는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괴로움도 모두 이 때문에 만들어진다. 그럴 때는 가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종의 ‘살풀이’라고 보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등산이, 누군가에게는 영화가, 또 누군가에게는 음주가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편의 감동적인 공연도 특효약이 된다. 월드비트 비나리. 세계가 감동한 한국의 공연이다. 10여 년간 53개국을 돌며 세계인들의 극찬을 받았다. 어쩌면 월드비트 비나리는 동양의 문화를 만나본 적이 없는 세계인들에게 ‘새롭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플러스가 됐을 것이다..

[연극] 필로우맨(Pillowman) - 병적인 관음증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건조하다. 쉽고도 어렵다. 난해하지만 공감이 간다. 내러티브의 힘이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력, 호흡, 몽환적인 애니메이션, 날 선 스토리라인. 일정 이상의 격조를 갖췄다. 하지만 긴장감은 좀 딸린다. 흡인력은 있지만 유쾌하지는 않다. 대사로 극을 끌어나간 까닭이다. 감동은 대사가 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이 준다. 따라서 충격은 있지만 감동은 부족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이 연극은 개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발휘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아마도 지식인이라면, 꽤 흥미를 가질만한 연극이다.’ ‘정극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언제든지 별 5개를 줄 것이다.’ 정말 혀가 바짝 타들어간다. 필로우맨(Pillowman)은 마틴 맥도너(Martin McDonagh) 2003년 희곡이다. 이 작품은 진지하..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화려한 휴가’를 배워라

국립극장으로의 초대는 늘 반갑고 설레는 경험이었다.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은 무엇이든지 ‘대작’이었다.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아까웠지만(거의 공짜표였지만) 마음속으로 ‘국립극장은 대단해’를 외치며 후회하지 않을 만큼 감동을 받고 되돌아오곤 했다. 어떻게 보면 무한한 ‘믿음’이었다.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볼만하다.’ 군부대를 돌며 공연됐던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국립극장 무대에 섰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미국의 수용소보다 이야기 거리가 없는 그곳의 이야기를, 그것도 1995년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가 만든 북한정치범 수용소 이야기라니. 내용은 또 어떠한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지만 감동도, 뮤지컬로서의 재미도 없는 그런 ‘반공’ 이야기는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식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클래식] 중국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CNSO) 연주회 - 추 첸민,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의 강렬한 선율

14억 중국의 자존심을 확인했다. 세계 정상급 중국 음악인들로 구성된 중국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CNSO) 공연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믿음직하고 정확한 음정과 면도날처럼 예리한 박자, 휘몰아치는 음악적 감성이 하나로 어울린 이들의 연주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증명했다. 지휘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거장이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는 '리 신차오'가 맡았다. 리 신차오는 중국 국립 지휘대회 1위, 브장송 국제지위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1994년부터 중국국립발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풍부한 이해력과 정확하고 강단 있는 지휘, 작품에 대한 명료한 해석과 광범위한 적응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제2의 '오자와 세이지'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

[클래식] 서울시립교향악단 - 쇼스타코비치의 격렬한 음악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연주회를 열었다. 지휘는 남다른 곡 해석력과 통찰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지휘자 로젠 밀라노트(Rossen Milanov)가 맡았다. 공연에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1번을 비롯해 1930년 작품 쇼스타코비치, 오페라 모음곡 작품 15-a(D. Shostakovich, Suite from the opera Op.15-a)와 1971년 작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5번 A장조 작품 141(D. Shostakovich, Symphony No.15 A Major Op.141) 등이 연주됐다. 쇼스타코비치의 1959년 작품인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제1번 Eb 장조 작품 107(D. Shostakovich, Cello Concerto No.1 Eb ..

[록] Metallica - Live in Seoul, 박력과 카리스마 그대로

헤비메탈그룹 메탈리카(Metallica) 공연을 관람했다. 용암처럼 펄펄 끓어올랐던 젊은 날의 메탈리카는 사라졌지만 무대 매너와 열정만은 예전 명성 그대로였다. 특히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그려낸 노래, 원(One)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압권이었다. 올림픽 주경기장 특설 무대는 30대 40대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객들은 드럼 박자에 맞춰 여음구를 따라 부르거나 머리를 흔들며 열광했다. 모두 하나가 돼 허공을 향해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2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잃어버렸던 젊음의 열정을 되찾았다. 메탈리카는 James Hetfield(제임스 - 보컬, 기타), Kirk Hammett(커크 - 기타), Robert Trujillo(로버트 -베이스), Lars Ulric..

[무용] 가고파 - 하나둘 모여 만든 하나의 새

는 새를 형상화한 무용으로 일제에 끌려간 재일 조선인들의 슬픔을 그린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넋을 지키려는 시련과 통일된 고향땅에 기필코 가리라는 결심도 간절하게 얘기한다. 첫 부분에는 고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가쁜 팔동작으로 표현한다. 세상의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새들의 특성을 우리 민족의 염원으로 비유한다.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붙었다 떨어지고, 모았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꼼짝 못 하게 바싹 얽매인 조선의 현실을 보여준다. 현란하고 절도 있는 몸짓과 다채로운 조명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부리와 날개, 다리와 깃털을 섬세하게 묘사한 안무를 보면 이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에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한편으로는 무용수들의 연기가 너무도 끔찍하고 생생해 가슴이 조이고..

[무용] 풍랑을 뚫고 - 춤으로 제주 4.3사건 진실 밝힌 최승희 작품

는 조선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작품이다. 다소 생소한 작품이라 금강산가극단 강수내 무용부장의 설명과 박미선 단원의 춤을 바탕으로 리뷰를 쓴다. 는 1948년에 일어난 제주도 4.3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최승희 무용가는 이 작품에서 역사의 진실을 춤으로 형상화한다. 한 노인이 지치지 않고 노를 젓는 행동으로 우리 민족의 한과 슬픔을 표현한다. 한 노인이 제주도 4.3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제주도를 떠난다. 노인은 작은 파도에도 그냥 쓸려버릴 만한 작은 배를 타고 검푸른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바다로 나간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팔을 굽혔다 펴는 춤 동작은 이내 꿈속에서 절정에 달한다. 휴식이나 잡담도, 그 흔한 넋두리도 없다. 오직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여념은 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