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제천(출간예정) 4

소설 『수제천』을 마치며

이틀 전에 초고를 끝냈다. 넉 달 동안 틈틈이 스토리를 만들고, 배경을 스케치하고, 문장을 지었다. 다른 사람이 쓴 원고를 다듬어 책을 내는 본업도 있고, 벗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도 필요했으니, 남는 시간은 모두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마지막 퇴고의 시간만 남았다. 퇴고는 절대로 급하게 하지 않을 작정이다. 일단 일주일 정도 푹 쉬어야겠다. 원고지 1,000매 이상의 글을 쓰면 작가도 지겨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고 뒷머리가 띵해진다. 내가 소설 『수제천』을 쓰면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친절’이었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이타적인 마음에서 발현하는 친절이야말로 공동체의 행복 추구에 절대적인 묘체이지 않을까 싶었다. 인간 사회의 크고 작은 부조리..

『수제천』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소개

소설 『 수제천 』에는 에피소드 구성을 위한 여러 가지 이야기 소재가 등장한다. 이 소재들은 모두 내가 겪거나 취재한 이야기에서 따왔다.    소설에 등장하는 한성해운 인력관리팀 사원교육 프로젝트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담당자는 하청회사 사원을 전도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했다. 그의 진심은 의심스럽지 않았지만 을의 입장에서는 그의 권유가 무척 신경 쓰였다고 한다.

사회 물정을 잘 모르는 청년과 순수한 영혼을 잃어버린 소년의 이야기

『 수제천 』은 사회 물정을 잘 모르는 청년과 순수한 영혼을 잃어버린 소년의 이야기다.  청년은 기업에 취업해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겪으면서 세상의 분주함과 출세의 욕망에서 자유로워진다. 소년은 세상의 악을 일찍 경험하고 완전히 속화하면서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대학생들, 취업준비생들, 사회생활에 첫발을 뗀 청년들,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와 아직은 자신이 청년이라고 자임하는 중년, 다양한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썼다. 직장에서 사용하는 말이나 용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 인간관계나 일화, 사회제도의 결함이나 모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소설 속 소재로 다룬 이유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 이야기 전개가 다소 민감하..

소설 『수제천』을 구상하면서 주목한 네 가지 현상

나는 이 책을 구상하면서 코로나19가 뒤덮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네 가지 현상에 주목했다. 첫째, 중고 신입의 등장이다.  직무 경험이 있는 2~3년 차 직장인들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 대거 지원했다. 평생 커리어를 고려한 고육지책이자 취업난이 빚은 고급 인력 적체 참사였다. 기업들은 웃었다. 실무능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기본으로 탑재한 중고 신입을 두고 굳이 초짜를 뽑을 필요가 없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이미 구시대의 산물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둘째, 인공지능(AI)의 침습이다.단순노동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지식노동까지 대체하려는 논의가 시작됐다. 학자들은 10년 내 사라질 직업으로 번역가, 캐셔, 텔레마케터, 경리 등을 꼽았다. 반면 인간의 총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