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외부 기고 5

국가인권위원회 - 다르게 생각할 권리, 누구를 위한 표현의 자유인가

의견이 분분하다. ‘표현의 자유는 무한대로 적용해야 한다’와 ‘반사회적인 표현의 자유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로 나뉘어 옥신각신이다. 최근 ‘표현의 자유’ 문제로 가장 이슈가 된 곳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이 커뮤니티에는 뒤숭숭한 이야기 천지다. 노골적인 전라도 혐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무시, 군사독재정권 찬양,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멸 등 끝이 없다. 홍어 택배. 입맛 당기는 흑산도산 홍어가 배달 왔다는 얘기가 아니다. 일베 한 회원은 ‘2009년 8월 20일 김대중 전 대통령 입관식에서 이희호 여사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사진’을 올려놓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홍어’로, 관을 ‘택배’로 묘사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학살된 광주시민들을 두고는 ‘홍어 말리는 중’이..

국가인권위원회 - 이주의 끝, 그들의 꿈과 삶

스스로 노동조건 선택하는 안정적인 체류권 보장돼 지난 7월 15일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현장. 노동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중국동포는 3명. 며칠째 내린 폭우에도 공사가 강행돼 벌어진 인재다. 정확히 보름 뒤, 노량진 사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방화대교 연결도로 공사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붕괴했다. 현장에 있던 크레인이 다리 상판을 건드려 일어난 사고다. 사망자는 중국동포 2명. 다친 1명도 중국동포였다. 이 사고는 지난 5월 대불산업단지에서 벌어진 산업재해의 희생양을 떠올리게 했다. 조선소에서 갑자기 떨어진 10톤짜리 선박 구조물에 깔려 중국동포 1명이 사망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사고가 늘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와 하도급 구조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안전관리비도 덩..

국가인권위원회 - 트라우마의 현재, 기억속의 ‘전쟁’은 현재진행형

사람들이 죽었다. 산 자들은 “그나마 죽었으니 다행”이랬다. “꿈쩍도 못 하고, 똥오줌도 못 가리고, 아비 어미도 알아보지 못하고 살 바”에야. '공권력'의 폭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때리고, 가두고, 고문하고, 죽인 '무자비'를 경험하고 목도했던 사람들에게 모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안겼다. 그러나 공권력의 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그중에서도 노동 현장은 공권력의 폭력이 가장 악랄하게 표출되는 곳이다. 2년 전 극심한 노사분규로 '옥쇄파업'이 벌어졌던 쌍용자동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쌍용차 노동자 중 휴직 또는 해고 뒤 자살 충동을 자주 느낀 이들이 무려 52.5%다. '사서 고생하는' 미덕이 있었다. 육체적, 물질적, 정신적 고통이 때론 삶을 이해하는 데..

국가인권위원회 - 가족과 인권, 한을 풀지 못하고 고통받는 가족들

한을 풀지 못하고 고통받는 가족들 어떤 이들에게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닿을 수 없는 현실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삶의 무상을 느낄 겨를도 없이, 의식의 어두운 곳에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깊은 고통을 잉태하는 사람들. 남북 이산가족과 실종가족들의 피맺힌 절규와 한숨에 땅이 꺼져간다. 조의길(83) 할머니의 눈빛은 어느새 형제들과 함께 뛰놀던 곳으로 향해 있었다. 혈관의 피와 같은 부모 형제를 만나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 남긴 서글픔이었다. 얼굴이 동그랗게 생겨 어린 시절 '봉래'라고 불렸던 조 할머니. 평안남도 안주군 연월면에서 태어난 그녀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다섯 살 무렵 조혼하고 평양에서 잠시 살다 남편의 고향인 황해도 평산군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피난을 떠나면서 가..

한국에너지공단 - [인터뷰] 이경자 소설가, 생명의 최고 가치는 살아남는 것

이경자 양지바른 곳에 동백꽃이 만발했다. 담장 앞 개나리는 별천지를 연출하고, 앙상한 벚나무 가지에는 금붕어 눈알처럼 꽃망울이 툭툭 불거졌다. 봄이 되니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이 충동질 친다. 발롱 발롱 핀 산야의 들꽃들이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요즘 산에 가면 진달래가 방시레 웃기 시작할 때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올라 떠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히 않다. 화사한 꽃처럼 웃으며 살고 싶은데 일상은 계속 잘그랑잘그랑 소리를 낸다. 할 일도 쌓여있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 게다가 돈 쓸 일도 태반이다. 부모님은 아프고, 아이들 교육비는 계속 늘어가고, 어시호는 왠지 부부관계도 소원해진 것 같다. 어떤 때는 집안에 한차례 큰 폭풍이 밀려올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