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생활과 건강 13

단두대가 만들어낸 희대의 예술, 밀랍인형

인도인 사업가 스리니바스 무르티는 2018년 자신의 집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내 마다비의 밀랍인형을 설치해 전 세계에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인도 전통의상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아내 마다비의 밀랍인형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보다 더욱 감정선이 살아있는 얼굴과 정교한 머리카락, 피부 주름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압권이었다. 2021년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 설치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부부의 밀랍인형은 실제와 너무 닮지 않아 철거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의 밀랍인형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사업비 4,400만원을 들여 제작했다. 하지만 기념관 담당 직원이 가짜 계약서를 쓰고 밀랍인형 제작업체가 아니라 실리콘 제작업체에 작품 제작을 의뢰하는 비위를 저질렀다. 실리콘은 ..

소지(所志)를 아시나요?

조선 시대에 억울한 사연이 있는 일반 백성들은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관청에 ‘소지(所志)’를 올렸다. 관청에서는 ‘소지’를 보고 판결을 내렸는데 이를 ‘제음’ 또는 ‘제사’라고 한다. 관청은 소지를 올릴 때 자신의 신분과 관청의 등급에 따라 적합한 문서 양식을 선택해 사용하도록 했고, 소지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백성들을 돕기 위해 각 상황별로 적합한 문서 양식을 제시한 지침서 『유서필지(儒胥必知)』가 19세기 초에 등장했다. 소지의 내용에는 소송, 민원, 진정, 납세, 충·효·열에 대한 포상, 입안 등이 있었으며, 소송은 묘지와 관련된 다툼, 즉 산송(山訟)에 관한 진정서가 가장 많았다. 소지는 현존하는 고문서 중에서 토지 문서 다음으로 양이 많다. 소지를 올린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라서 해당..

족보 있는 음식, 냉면알고 먹자

이따금 삶이 지겹고, 지칠 때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맛집을 찾아 냉면 한 사발 즐기길 권한다. 스트레스와 짜증을 훌훌 날려버리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가끔 과음을 한 뒤 먹는 냉면도 좋다. 숙취 때문에 먹은 음식을 왝왝 토할 것 같지만 시원한 냉면 육수를 마시면 어느 순간 속이 진정된다. 냉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겠다. 냉면은 엄연히 족보가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잘하는 집과 못하는 집의 차이가 너무 크다. 특히 인스턴트 육수와 면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 진정한 냉면 맛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업소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고 방문해야겠다. 같은 재료도 요리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거기에 색다른 재료가 첨가되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냉면도 그렇다. 평이해 보여도 음식점마다 맛 내..

집에서 효과적으로 모기 줄이는 방법

모기가 기승이다. 가정에서 모기를 효과적으로 줄이거나 퇴치할 수 있는 법을 소개한다. 모기를 없애는 방법은 원시적이지만 선풍기가 효과적이다. 모기는 빠르게 날지 못해 선풍기를 회전으로 틀어놓으면 사람에게 덤벼들지 못한다. 몸을 깨끗이 씻고, 몸을 시원하게 하는 것도 좋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모기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육류와 달걀, 매운 음식, 술을 줄이는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된다.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도 따로 있다. 피부에 스테로이드와 콜레스테롤이 많은 사람이다. 또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어른과 임산부가 아이보다 모기에 더 많이 물린다. 향수나 화장품을 줄이는 것도 좋으며, 옷 색깔도 밝고 환하게 입는 것이 좋다. 모기는 강렬하고 어두운 색상을 좋아한다. 화장실과 싱크대의 하수구..

바나나, 길쭉길쭉 건강과일 남자에게 좋다

열대 바나나 농장에 가면 향긋한 냄새가 코를 지른다. 찢어진 바나나 잎사귀는 천연의 자태로 번들거린다. 태양을 영양분 삼아 자란 바나나는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것과 시각적으로 차이가 난다. 보자마자 손이 간다. 가장 다른 점은 맛이다. 열대의 바나나는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농염하고 달달하다. 설익은 바나나를 따서 수입한 것과 비교해서 무엇하랴. 바나나는 서민들이 즐겨 먹는 과일이다. 명절 제삿상에 올라갈 정도로 친숙해졌다. 바나나의 인기 비결은 아무래도 저렴하고, 먹기 편해서일게다. 요즘 과일은 농약을 많이 쳐서 잘 씻거나 껍질을 깎아 먹어야 한다. 간단치 않다. 하지만 바나나는 껍질을 손으로 벗겨 입에 넣고 어적어적 깨물어 먹으면 그만이다. 칼날이 무디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어디까지나 사견이다...

마라톤 열풍, 자신에게 잘 맞고 즐거운 운동인가?

후덥지근한 여름이 가고 따사로운 햇볕이 대지를 감싸는 가을이다. 하늘은 청자, 백자 빛으로 뒤엉켜 청신한 기운을 선사하고, 들녘에는 울긋불긋 꽃들이 큼지막한 망울을 터뜨려 눈을 즐겁게 한다. 꽃은 생의 절정과 환희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하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가녀린 코스모스며 들국화, 구절초, 메밀꽃을 보면 눈시울은 시큰해지고 만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의 소소한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원망하고 자책하며 조급하게 사는 것은 아닌지 해서다. 간소하게 생활하고 깊게 사색하며 사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고달픈 인생을 한탄할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삶은 매우 처연하다. 소설 의 작가 오헨리는 인생은 흐느낌과 울음과 미소로 성..

폭염특보에 특히 주의해야할 사람은 누구?

모든 병에는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폭염특보가 확대되면서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일사병과 열사병도 예외는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일사병과 열사병에도 강하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약하지만 유독 폭염에 약한 사람들이 있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당뇨를 앓거나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더욱 위험하다. 날씨가 더우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체내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같은 일을 해도 피로가 금방 쌓인다. 당뇨를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사람, 특히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더운 열기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면 곧바로 그늘에 가서 쉬어야 한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땀을 흘리며 노동자나 군인에게 위험한 병이다. 또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나 국토순례대행진처럼 퇴약볕을 걸어야 하는..

식물도감에 들국화라는 꽃은 없다

가을이 되면 산과 들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 못지않게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가을 야생화도 아름답다. 단풍을 향한 시선을 조금만 아래로 낮춰 보면 후미진 산모롱이에 핀 노랗고 하얀 가을꽃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을꽃의 대부분은 들국화(야생국화)다. 구절초, 쑥부쟁이, 감국, 산국, 개미취, 곰취, 금불초 등 무려 열일곱 종 모두 들국화라고 부른다. 이 꽃들은 피는 시기와 모양이 비슷해 겉으로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편의상 하나로 묶어 들국화로 부른다. 그래서 식물도감에는 들국화라는 꽃이 없다. 들국화 중에서 청초하고 소박한 미를 발산하는 꽃은 '구절초'다. 구절초는 낮은 곳에 무리지어 피며, 곧게 솟은 줄기나 가지 끝에 꽃을 한 송이씩 피운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음력 9월 9일 채집해야 약효가 가장 좋다고 해..

황사는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는 현상

버스에 앉아 자욱하게 하늘을 뒤덮은 모래먼지를 보고 있으면 한바탕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영화 속 도시가 생각난다. 갑작스럽게 지각변동이 일어나 세상이 온통 먼지로 가득 차 버린 도시.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움츠려 든다.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로 황사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황사는 모래와 진흙이 뒤섞인 뢰스(황토)가 모래폭풍과 같은 바람에 의해 생기는 현상이다. 건조한 모래는 강한 햇볕을 내리쬐고 강한 바람이 불면 대류가 생겨 그 부력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이 모래는 대기 상층까지 올라가 기류를 타고 이동해 아시아 전역을 뒤덮는다. 황사는 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발원지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다. 이곳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매우 건조해 부서지기 쉬운 모래 먼지가 많이 생기는 ..

쑥, 마늘, 소금, 식초, 생강, 솔잎 등 모든 것이 약탕의 재료

관절염과 허리 통증이 심해 조금만 걸어도 아픔을 호소하는 노인은 하루에 두 번 쑥탕에 들어간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매일 목욕탕을 이용할 수 없는 형편. 때문에 노인은 시장에서 쑥대를 구입해 직접 약탕을 만든다. 쑥대를 5~6토막으로 잘라 끓인 물을 욕수에 섞어 목욕을 하면 어깨 결림이나 신경통, 류머티즘 등에 효능이 있다. 또 피로 해소에도 좋고 피부 건조증도 막아줘 이젠 끊을 수 없는 일상이 됐다. 냉증과 갱년기 장해 등 부인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여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당귀나 마늘, 솔잎 약탕으로 목욕을 한다. 이 목욕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혈행을 촉진하는 데다, 살균작용이 강해 세균성 질환에도 특효라는 이유이다. 그는 껍질을 까 살짝 찐 마늘이나 말린 솔잎, 당귀 가루를 자루..

이 인형 알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형

인형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었다. 가정의 행복을 부르고 재액을 쫓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었다. 나라마다 색과 모양, 재료는 달랐지만 인형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지나면서 수요층이 다양해지고, 미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자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별의별 인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종교적이거나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인식됐던 인형이 성인용, 수집용, 캐릭터 등 다양한 상품으로 발달의 발달을 거듭하면서 각광받는 산업의 하나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재료에 따라 인형을 구분했다. 도자기로 만든 비스크 인형이나 나무, 종이찰흙, 밀랍으로 만든 인형 등이었다. 그러나 표현기법이 점점 세련되고 다양해지면서 프랑스 베베, 독일의 포셀린 같은 인형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셀룰로이드, 플라스틱, ..

도로원표를 아십니까?

광화문 거리를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절대로 발견할 수 없는 비석이 하나 있다. 도로의 기점과 종점, 경과지를 표시하는 도로원표다.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시청 쪽으로 걸으면 신한은행 한국금융박물관 앞 광장에 도로원표 돌비석을 만날 수 있다.도로원표는 방위를 나타내는 12지신 부조로 꾸며져 있으며, 지역과 지역 사이의 거리를 표기하는 기준점으로 쓰인다. 서울시는 지난 1997년 현재의 위치에 도로원표를 세웠고, 2002년 월드컵을 맞아 광장을 새롭게 조성했다. 도로원표는 도로법 제3조에 따라 도로의 부설물로 정해져 있지만, 설치에 대한 의무나 규정은 없다. 일제강점기 때 세종로 광장 중앙(현재 이순신 장군 동상)에 설치했으나 1935년 '고종 즉위 40년 창경기념비각'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1997년 광화..

추석에 먹는 밤단자, 박나물 그리고 토란국

추석이 되면 가족 친지들과 함께 조상을 모시고 정을 나눈다. 그동안 안부전화 한 번 걸지 못한 채 바쁘게 지내왔던 일상도 반성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고단한 내일을 희망으로 변용하는 지혜를 배운다. 또 맛있는 음식도 먹는다. 예로부터 추석에는 다양하고 풍성한 민속놀이를 즐기면서 한 해 농사의 힘듦을 잊었고, 술과 음식을 내놓고 함께 나눠 먹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왔다. 특히 추석에는 송편과 밤단자, 인절미 같은 음식을 주로 먹었다. 송편이나 인절미는 잘 알려져 있지만, 밤단자는 만드는 방법이 번거롭기 때문에 가정에서 흔하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다. 또 학창 시절에 읽었던 '농가월령가'에도 나왔듯이 박나물과 토란국도 추석에 즐겨먹던 음식이었다. 밤단자는 추석 때 차례상에 올리고 겨울철 다과상에 내던 고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