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구상하면서 코로나19가 뒤덮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네 가지 현상에 주목했다.
첫째, 중고 신입의 등장이다.
직무 경험이 있는 2~3년 차 직장인들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 대거 지원했다. 평생 커리어를 고려한 고육지책이자 취업난이 빚은 고급 인력 적체 참사였다. 기업들은 웃었다. 실무능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기본으로 탑재한 중고 신입을 두고 굳이 초짜를 뽑을 필요가 없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이미 구시대의 산물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둘째, 인공지능(AI)의 침습이다.
단순노동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지식노동까지 대체하려는 논의가 시작됐다. 학자들은 10년 내 사라질 직업으로 번역가, 캐셔, 텔레마케터, 경리 등을 꼽았다. 반면 인간의 총체적 능력이 결합된 창조적이고 정서적인 분야는 넘보지 못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전 세계 머신러닝 전문가들의 의견은 또 달랐다. 인공지능이 45년 안에 인간의 일자리 절반을, 120년 안에 모든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셋째, 대통령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2030세대다.
2030세대는 낮은 취업률로 극심한 사회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청년층 취업준비생은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3년 넘게 취업 못 한 청년도 10만 명에 육박했다. 2030세대는 세대 간 부의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면서 불안감에 휩싸였다. 부동산과 주식에 ‘빛을 내 투자한다’는 ‘빚투’와 ‘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한다는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이들은 공정과 정의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대통령선거 당락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넷째, 10년 새 48배 늘어난 촉법소년 강력범죄다.
소년들이 훔친 차로 오토바이를 치어 배달 청년을 숨지게 하고도 나이가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분을 받지 않았다. 한 중학생은 게임을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고모를 살해했지만 촉법소년에 해당돼 전과기록이 남지 않은 2년 보호처분을 받았다. 소년 범죄의 재범률은 12%에 달했다. 성인 재범률의 3배다. 법무부는 형법과 소년법을 개정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3살 미만’으로 낮추려고 드라이브를 걸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컴퓨터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학습하고 결론을 도출하도록 돕는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분야다. 이보다 진화한 AI분야는 딥 러닝이다. 딥 러닝(Deep Learning)은 자체적으로 배우고 지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공 신경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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