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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Una) 성악가 - 클래식도 얼마든지 재밌게 즐기고 공감할 수 있다

이동권 2022. 9. 29. 19:37

우나(Una) 성악가


머리가 복잡하거나 사색이 필요할 때 노래를 즐겨 듣는다. 레퍼토리 대부분은 옛 노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팝페라(popera)’를 즐겨 듣는다. 팝페라는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음악’이라고도 불리는 장르로 듣기에 부담이 없고 편안한 것이 특징. 어떤 음악이 무겁고 가벼운 지 경중을 논하는 게 우습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자면 팝페라의 무게감은 클래식인데 정통 클래식보다는 조금 덜하다고 보면 된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팝페라 디바 ‘우나(Una, 본명 김정운)’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한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비롯해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 에디뜨 삐아프의 ‘장밋빛 인생’, 조지 거쉰의 ‘서머타임’ 등 그가 부른 곡들이다. 우나는 프랑스 파리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럽 무대에서 탄탄한 실력과 느낌 있는 감성을 가진 성악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클래식을 무작정 어려운 음악이라고 치부해버린다. 팝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또 하나의 클래식이라고 외면당하거나 가사도 모르는 외국 노래라고 무조건 불평한다. 우나의 생각은 어떠할까?

“클래식은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도 얼마든지 재밌게 즐기고 같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주옥같은 곡들을 재해석해 사람들에게 다른 맛으로 들려주고, 제 목소리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교감하고 싶습니다.”

음악은 만국이 공통으로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이다. 다른 나라의 민요를 들으면서 그 나라의 역사를 읽고,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현시대를 파악할 수도 있다. 취향의 문제는 있을 수 있으나 무조건적으로 클래식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을 듯싶다.

“음악을 포함해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예술은 기본적으로 감동과 미적교감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관적인 표현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의 작품 속에서도 우리는 창작자와 항상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쇤베르크나 존 케이지 같은 전위적인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처음 듣는 이에게 감정적 혼란을 주곤 합니다. 하지만 표현하는 형식만 달라질 뿐 작품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길은 다양하게 열려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서로 교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팝페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90년대다. 예전에도 그런 장르의 노래가 국내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때 처음으로 팝페라라는 장르를 알게 됐다. 팝페라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클래식인데 대중적인 클래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통 클래식이 주는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한편으로는 성악가들이 왜 정통 클래식이 아니라 팝페라를 하는지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정통 클래식을 파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다.

“오페라나 가곡 등 서양 클래식 곡들은 오랜 정통성 그대로의 해석과 성악적 발성을 통해 곡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듣는 이에 따라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딱딱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팝페라 혹은 제가 하고 있는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음악은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마구 섞어서 표현하는 음악이 아니라 오페라나 클래식 곡을 시대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악장르와 결합해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통 오페라 아리아 등을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고 친숙한 하모니로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나는 오페라와 정통클래식 무대에서 노래하는 성악가지만 대중과 교감을 더욱 늘리기 위해 팝페라를 시작했다. 그래서 우나는 클래식컬 크로스오버 가수이자 성악가지 팝페라 가수나 크로스오버 가수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나는 성악가 조수미, 김동규처럼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고 밸칸토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이지 임태경, 정세훈처럼 팝페라를 부르는 가수는 아니.

“클래식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습니다. 공연을 할 때,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곡들뿐만 아니라 정통 독일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어떠한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이종교배되어 새로운 영역의 음악적 표현이 되는 크로스오버 음악이 많이 시도되고 선보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악가들이 드라마나 영화음악을 하는 것도 그런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팝페라의 매력은 아무래도 귀에 익은 노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수준 높은 성악가들이 부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 속 노래들도 대중가요처럼 귀에 착착 달라붙는다. 우나는 팝페라의 매력은 “듣는 이에게 감동과 더불어 친근함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페라의 예를 들어보면, 아리아와 레시타티브 등 여러 요소들이 모여 큰 주제를 이루며 하나의 곡이 완성됩니다. 스토리와 곡 전체에 흐르는 톤, 그리고 성악가들의 목소리가 극을 이끌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전 지식이 없으면 어떤 작품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난해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곡들의 주요 테마를 끄집어내고 새롭게 해석해 표현함으로써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쉽게 다가갈 수가 있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클래식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느끼기에 우나의 목소리는 굉장히 묵직하고 힘이 있다. 가끔 여성 성악가들의 얇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무척 예민하게 들려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나의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목소리가 매우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럼 우나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어떠할까. 우나가 살고 있는 파리와 기자가 살고 있는 서울이 다른 것처럼 뭔가 다른 게 있을 것이다.

“성악가마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 톤과 칼라가 있습니다. 때문에 각기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느낌과 매력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성부가 메조소프라노인데, 서양에서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동양인 메조소프라노는 더욱 희귀한 편이고요.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가수로 활동하는 메조소프라노 성악가는 한국에서 제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우나는 자신의 앨범 중에서 가장 아끼고, 타인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앨범은 1집이다.

“각기 다른 컨셉으로 만들었습니다. 1집은 솔베이지의 노래를 제외하고는 제가 직접 작곡, 작사한 곡 위주의 창작곡들로 구성을 했고, 3집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서 익숙한 곡들로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물론, 다 소중하지 않은 게 없지만, 아무래도 처음 것이 더 애착이 가지 않을까요?”

우나는 앨범 작업을 할 때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이 ‘물페라’다.

“앨범 작업을 할 때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편입니다. 성대 보호와 원활한 발성에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프로듀서나 음향 엔지니어 분들이 제가 물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며 오페라 혹은 팝페라가 아니라 물페라로 하면 어떻겠냐고 농담을 많이 하셔서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