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연우1 : 수줍고 겁이 많은 성격.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혼자 살고 있음.
한중 : 사악하고 악랄한 범죄자.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인물.
미자 : 저질스러운 언행과 폭력을 일삼는 한중의 여자친구.
연우2 : 연우1과 동일 인물
S#1 프롤로그
천천히 화면이 열리면 한 남자(연우)가 사자석상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다. 그 옆으로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쌩쌩 지나간다.
카메라가 연우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연우는 서서히 손을 펴기 시작한다. 그 손바닥에는 이름 모를 꽃(스펀지)이 있다. 연우는 다시 주먹을 쥔다. 카메라가 서서히 빠지면, 연우는 사자의 목을 감싼 채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복선)
화사한 꽃이 화면에 가득하다. 이 꽃들 사이로 제목이 나온다.
어떤 가족
S#2 인적이 드문 거리
건너편 거리에는 여관이 하나 있고, 육교가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가로수 이파리들을 날린다.
연우는 느릿한 걸음으로 책을 보면서 걷고 있다. 육교 위에서 카메라 샷 후 연우로 이동.
발길에 차이는 소주병. 예감이 좋지 않다. 연우는 책을 접고 잠시 제자리에 서서 가방에 매달린 커다란 꽃을 만진다. 가방 클로즈업. 가방에는 먹다 남은 생수병 윗부분도 살짝 보인다.
연우 가로등을 바라본다. 가로등으로 카메라가 움직인다. 가로등은 점점 뿌옇게 흔들린다. (연우의 심리상태가 불안함을 상징적으로 표현)
그때 육교에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한 남자(한중). 그는 연우가 옆에 있는 것도 모르는 채 오줌을 싼다. 그리고 지퍼를 올리다 연우와 눈이 마주친다.
다짜고짜 연우의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은 한중. 연우의 몸을 흔들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한중 : 내 돈 내놔, 이 새끼야. 내 돈을 떼먹어.
연우를 껴안듯이, 넘어뜨리려는 자세로 고성을 지르는 한중.
연우 마지못해 한마디 한다.
연우 : 이러지 마세요. 사람 잘 못 보셨어요. (힘없는 목소리로)
싸움은 멈추지 않고 둘은 옥신각신 (애드리브로 처리)
한 여자가 보기에도 천박하게 껌을 씹으면서 담배를 물고 옆을 지나간다. 연우와 그녀는 눈이 마주친다. 더 이상 길게 끌을 수 없다고 판단한 연우는 한중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밀쳐낸다.
연우에게 떠밀린 한중은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다. 바닥에 흥건한 피가 고이면서 한중은 몸을 파르르 떨다가 숨진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 연우. 깜짝 놀라 한중을 흔들어 깨워보지만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다.
연우는 놀란 눈으로 주위를 살피다 목격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망친다.
S#3 다리
불안에 떠는 모습으로 달리는 연우. 차도를 건너 다리를 건넌다.
카메라 잠시 멈추고 다리를 내달리는 연우를 지켜본다.
연우 옆으로 간 카메라, 찡그린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다시. 뒤에서 카메라 통 샷. 연우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달려가다 넘어지기도 한다.
S#4 공사자재를 쌓아둔 현장
연우는 공사장으로 숨어 들어간다. 핸드폰을 꺼내 형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하지만 머뭇거린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믿고 있던 형이기에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연우는 잠시 무릎을 꿇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힘없이 앞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한다. 눈물 한줄기가 뚝 떨어진다.
죽은 남자를 위해 추모의식을 하는 연우. 두 손으로 모래를 모아 세 번 허공에 뿌린다. 그리고 모래를 둥그렇게 쌓고 불을 붙인 담배를 꽂는다. 타들어가는 담배연기에 카메라 이동하고 잠시 클로즈업.
잠시 후 깍지를 끼고 가슴에 댄 뒤 머리를 조아리며 슬피 말하는 연우 얼굴 클로즈업. 얼굴에는 온통 눈물범벅이다.
한동안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공허함을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 주변 경치를 껴 넣는다.
연우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모래를 서서히 적신다. 이어 슬픔을 이기지 못한 연우는 흉기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주위를 걸어 다닌다. 그러다 발에 차인 소주병. 한중을 만났을 때도 발에 차였던 소주병이 생각나면서 무슨 악연인가 싶어 미친 듯이 소리 지른다.
카메라는 그의 가방에 매달린 꽃을 클로즈업하고 어두워진다.
카메라 밝아지면서 몇 시간 뒤 다시 일어난 연우. 연우 얼굴에 피가 묻어 있고, 모래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갖가지 꽃을 꺾어 온다. 그리고 윗옷을 벗은 후 가방에 매달린 꽃을 떼고 생수병을 꺼내 물을 묻힌 뒤 몸을 닦는다. 천천히, 혹은 꼼꼼하게.
S#5 다리 위
공사장에서 나와 도로 위로 올라오는 연우. 그리고 다시 카메라는 다리 위를 걸어가는 연우를 클로즈업한다.
연우는 쓰러진 한중이 걱정돼 사건 현장으로 걸어가면서 가방에 달린 꽃을 손으로 꼭 쥔다. (꽃은 안식과 평화를 상징한다.)
다리 난간에서 먼 곳을 응시하는 연우. 다리를 건너 육교 쪽으로 걸어간다.
S#6 육교 옆
연우. 쓰러진 남자가 없자 누군가가 데려간 것으로 생각하고 안심한다. 그때 연우 앞을 막아서는 남자. 죽은 줄만 알았던 그 사람이다.
한중은 야비한 웃음을 지으면서 연우의 볼을 손가락을 쓸어내리고, 가슴을 수차례 찌른다.
연우의 주위를 빙그레 돌면서 가방을 빼앗고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는다.
한중 : 쥐새끼 같은 놈. 넌 날 죽인 놈이야. (야비하게)
연우 : 아니에요. 사고였어요. (떨면서)
현중 : 사고라고. 움직이도 못한 사람을 두고 도망가. 널 감옥에 쳐 넣고 말 거야.
연우 : 죄송해요.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
현중 : (말을 끊으면서) 병원비라도 벌어줘야겠어. 빵에 처넣기 전에.
한중. 연우를 손가락으로 계속 건들면서 협박한다. 음흉한 효과음 나오고 화면 점점 어두워진다.
S#7 한중의 사무실
사무실에는 아무것도 없다. 담배가 쌓여있는 재떨이와 낡은 탁자. 어지럽게 널린 침낭과 옷가지들. 임시로 빌려 쓰는 숙소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쪽 구석에 앉아 웅크리고 있는 연우. 불안한 듯 눈에 초점을 잃었다.
이때 물을 열고 나타난 미자. 싸가지 없는 표정으로 연우 앞에 선다. 미자와 눈이 마주친 연우. 한중과 싸우고 있을 때 옆을 지나쳤던 그녀를 떠올리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미자는 핸드백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연우 무릎 위에 발을 올린 채 협박한다.
미자 : 야. 이제부터 말 잘 들어. 이 카메라로 네가 오빠 죽이는 장면 다 찍어놨어. 도망가면 바로 신고할 거야. (비아냥거리면서)
연이어 앙칼지게 웃으면서 담배를 꺼내 문다. 연우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연우 가방에 있는 꽃을 본 미자. 손가락으로 찔러보다, 연우를 멍하니 본다. 순수한 연우의 성품에 잠시 마음이 흔들린 것. 하지만 화면 어지럽게 돌아가면서 괴기스러운 라크리모사의 노래가 흐른다.
S#8 어느 거리
연우는 미자에 명령에 복종하며 범죄에 가담한다. 여자들의 가방을 훔치고, 취객들의 주머니를 턴다. 이 장면은 빠른 영상으로 처리. 간간히 연우와 한중, 미자의 얼굴이 스쳐 보인다.
S#9 한중의 사무실
노래가 멈추고 다시 사무실. 오른쪽 주먹으로 꽃을 꽉 쥐고 있는 연우. 젖은 눈으로 빵을 들고 먹으면서 입을 부르르 떤다. 한중과 미자는 웃으면서 소주와 빵을 먹고 있다. 그러다가 지갑에서 5만 원을 꺼내 연우의 얼굴을 향해 던진다.
한중 : 수고했다. 쥐새끼 같은 놈.
연우는 돈을 챙기고 싶지 않아 외면한다. 그러나 한중은 연우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그의 턱을 잡고 세차게 내치면서 손가락으로 돈을 가리킨다. 연우 분노한 표정으로 네발로 걸어가 돈을 주섬주섬 챙긴다.
한중 : 명심해. 빵에 가기 싫으면.
S#10 불이 꺼진 한중의 사무실
컴컴한 방. 한중과 미자가 자고 있다. 미자는 일어나서 연우가 자고 있는 옆에 가서 눕는다. 그리고 연우의 얼굴과 가슴을, 배를 만지고 성기 쪽으로 손을 옮기려고 하자 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뿌리친다.
자리에서 일어나 연우의 머리를 한 대 치는 미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한중의 품에 안긴다.
새벽 3시. 귀퉁이에서 자고 있던 연우. 몰래 일어나서 한중의 핸드폰을 몰래 훔쳐와 다시 눕는다. 그리고 열심히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송 버튼을 부른 뒤 메시지를 삭제한다. 손이 무척 빠르다.
한중이 낌새를 눈치채고 눈을 뜬다. 그리고 미자를 밀쳐낸 뒤 칼을 들고 나타나 연우에게 몰래 다가간다. 그리고 연우의 등을 칼로 찌른다.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찔릴 때마다 힘겨운 고통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죽는다.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온다.
한중 : 네가 신고를 해
미자 : (흥분한 목소리로) 죽이면 어떻게. 씨발.
S#11 물이 흐르고 수풀이 우거진 하천
한중은 쌀가마니에 연우를 넣고 질질 끌고 간다. 그 옆을 미자가 따른다. 그리고 준비된 장소에 시체를 유기한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떨어져 있다. 신발, 허리띠, 책, 볼펜, 핸드폰 등등. 연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죽어 묻힌 곳이다. 미자,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미자 : 짜증 지대로다. (신봉선 버전으로)
한중 : 미친년.
한중은 땅을 파기 시작한다.
S#12 다리 위
한 남자가 걸어가다 멈춰서 먼 곳을 응시한다. 카메라는 뒷모습만 통 샷. 그리고 화면은 멀리서 미자와 한중이 땅을 파는 모습이 작게 보인다.
S#13 영등포 육교 옆. 처음 연우가 한중에게 걸려든 장소
한 남자(현우2)가 걸어오고 있다.
육교 위에서 이를 지켜보는 한중과 미자.
한중 : 왔다. 왔어.
한중은 소주 2잔을 연속해서 마시고, 손에 소주를 묻혀 머리에 바른다. 미자는 술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처럼 손사래를 치며 담배를 꺼내 문다. 한중 잠시 미자를 째려보더니.
한중 : 미친년. 연병하네. 지금 작업 중이잖아.
한중은 미자가 꺼내 문 담배를 손으로 낚아채며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머쓱한 미자는 주머니에서 가짜 피를 챙겨 한중에게 넘기고 핸드백에 카메라가 있는지 본다.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육교에서 털레털레 내려오는 한중.
현우에게 했던 것처럼 현우2 옆에서 오줌을 누고 그에게 시비를 걸며 멱살을 잡는다.
잠시 뒤 미자는 그를 째려보면서 옆을 지나간다.
한중 :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며) 내 돈 내놔. 이 씨발놈아.
한중은 그 남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주머니에 있는 피를 꺼내 머리에 댄 뒤 처연하게 쓰러진다. 가짜 피가 바닥에 흥건하다. 한중은 또 시체가 된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남자. 그러나 남자는 연우와 다르게 품에서 칼을 꺼낸다. 그리고 한중의 가슴을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찌른다. 이 장면은 한중이 사무실에서 연우를 찌르는 장면과 교차하면서 보인다.
무방비의 한중은 연우가 죽은 것처럼 마른 비명만 지르고 죽는다.
이런 줄도 모르고 담배를 피우면서 손톱 손질을 하고 있는 미자.
남자는 미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목에 칼을 겨눈다.
미자는 깜짝 놀란다. 남자가 연우와 똑같이 생긴 것이다. 축 늘어져 진짜 죽어있는 한중을 보면서 일이 들통났음을 눈치 챈다.
놀란 눈의 미자는 남자에게 손가락을 쫙 펴고 안정하라는 행동을 한 후 손가락으로 다리 쪽을 가리킨다.
S#14 하천 인근 (시체가 유기된 장소)
남자가 미자를 따라간다. 무덤에 도착하니 연우가 애지중지했던 흙에 반쯤 덮인 꽃이 보인다. 꽃을 집어 든 남자. 연우의 손이 딸려 나온다.
좋지 않은 느낌을 선사받은 미자는 도망가고, 남자는 그 뒤를 쫓아가 칼로 찌른다. 그녀의 피는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며 억울하게 죽은 시체들 위로 뿌려진다.
남자는 잠시 연우가 묻힌 곳 옆에 눕니다. 그리고 카메라 어두워진다.
S#15 다리 위
남자는 핸드폰을 꺼낸다. 화면으로 연우가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나타나고, 남자는 문자를 다시 본다.
[핸드폰 메시지] 문자가 클로즈업된다
수신 : 하늘
내용 : 도와줘
S#16 에필로그
천천히 화면이 열리면 남자가 사자석상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다. 그 옆으로는 멀리에서 오는 자동차들이 쌩쌩 지나간다.
카메라가 남자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남자는 서서히 손을 펴기 시작하고, 그 손바닥에는 피에 젖은 꽃이 있다. 남자는 다시 주먹을 쥔다.
카메라가 서서히 빠지면 남자는 사자의 목을 감싼 채 움직이지 않는다. 남자의 얼굴은 평온하다. (남자 얼굴 클로즈업)
엔딩 노래가 흐르면서 자막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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