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포토에세이

예술

이동권 2022. 9. 10. 15:21


오싹한 표정으로 나뭇잎이 매달려 있다
그저 바라보면 산이요 숲일 텐데
흔해 빠진 나뭇잎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인간에 의해 속박되고 억압된 자연의 손이 
공포스럽게 매달려 있는 듯하다
돈 걱정을 하고 자연을 칼질하면서
인간은 그것을 공존이라고 부른다
공존을 부르짖으면서 
자연을 없애버리고 정원을 만든다

예술은 
우리가 죽은 이로부터 배우는 종의 비밀
절박한 삶의 종점에 도착한 인간을 떠올리면서
후손의 정신적인 자산을 걱정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인간의 총체적인 지향점은 바로 예술이다
절망과 피의 역사는 되풀이되지만
예술이라는 부산물조차 남아있지 않으면
정신은 황폐화되고 인류는 사멸하고 만다

죽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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