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이 음악 좋다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 Canzona, 평온의 소나타

이동권 2022. 9. 8. 00:19

20주년 기념 앨범


시크릿 가든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아름다움은 서정성이다. 이들의 음색과 리듬은 감미롭고, 상냥하며, 평화롭다. 그중에서도 칸초나(Canzona)는 마치 미완의 봄날, 푸르게 빛나는 양탄자를 타고 미끄러지듯 하늘을 나는 희열을 느끼게 한다.

나는 시크릿 가든의 곡을 들으면서 음악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나이 들어서도 가장 듣고 싶은 노래로 그들의 음악을 떠올리고 싶을 정도다.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들의 노래로 청춘의 초상들을 회고하면서 위로받고 싶다. 가수 겸, 작곡자, 편곡자, 키보드 연주를 맞고 있는 로브랜드와 타오르는 달빛처럼 아름다운 피오누알라의 바이올린 소리가 가슴을 후벼 판다.

1995년 노르웨이 출신 그룹 시크릿 가든은 Eurovision(유로비전, 서유럽의 각 국 텔레비전 방송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 중계조직)이 주최하는 음악 경연 대회에서 연주곡 'Nocturne'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일은 그 당시 새로운 대중음악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호평과 함께 이후 대중음악사의 발전적인 토대를 만드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 유로비전 콘테스트의 음악적 성과를 재정의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시크릿 가든의 출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 세계 음악차트(80여 개국)에 이름을 올려놓으며 어마어마한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 당시 연주음악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했으며, 드라마 배경음악으로도 삽입됐다. 1996년에는 국내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내한까지 했다. 노르웨이 음악사에도 수십 년 동안 깨지 못할 진기록을 남기며 자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 

그들의 음악은 클래식과 팝, 민속 음악이 어우러진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 장르를 구별한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거기에는 그들만의 음악적 감성으로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 있고, 그것을 형상화하는 순결한 영혼의 목소리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