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족히 100년은 됨직한 거대한 적송(赤松)으로 둘러싸인 숲이다. 세월의 풍해(風解)를 이겨낸 적송들이 꿋꿋한 절개를 상징하듯 단호한 형체를 유지하고 있어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장중한 현장감이란 게 이런 것인가! 이렇게도 경이로운 것인가! 나는 적송 숲을 거닐며 오늘도 다짐한다. '내 마음이 내 주인이 되고, 내 마음이 내 길이 되며, 내 마음이 내 사랑의 근원이 되리라고...'
녹음이 우거진 적송 숲에서 피톤치드(Phytomcide) 향이 났다. 숲을 헤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미련 없이 찾아온 나그네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피톤치드를 호흡하거나 피부에 노출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심신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웰빙이니, 릴랙스니, 유산소 운동 같은 단어는 잊어버려야 한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림욕(山林浴)을 즐기면 저절로 건강해진다.
무릇 낯선 곳에 우연히 가게 되면 이질적인 풍경에 질식해서 쉽게 동화하지 못한다. 그러나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었다. 평소 늘 들렸던 곳에 간 것처럼 소담스럽고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게 했다. 순진한 기쁨 속에서 마음껏 포식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바로 그곳이 안면도 자연휴양림이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에는 휴양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야영장과 서해의 망망대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체력 단련장, 자생수종을 비롯한 374종의 나무가 식재(植栽)된 수목원, 안면도의 역사와 문화, 산림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산림전시관이 있다.
산림전시관은 작은 규모였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그냥 지나치고 마는 내용이지만, 가슴 메어지도록 아름다운 이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안면도 휴양림에는 400핵타르에 달하는 성림지(成林地)에 '안면송'이라는 이름의 천연 소나무가 있다. 전시관 관리인에게 이유를 물으니 조선시대 때 왕족의 관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우량종의 소나무를 키우게 됐는데, 그것을 안면송이라 부른다고 했다.
야영장은 두꺼운 빌오드 휘장 같은 시원한 공기와 녹음에 둘러싸여 있어 심신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 같았다. 야영장에는 통나무집이 자연과 동화된 모습으로 산책로를 따라 뻗어 있다. 나는 한없이 뻗어간 길을 따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 아름다운 시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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