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8과 1/2 우먼'은 인생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쾌락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파격적이고 흉측한 영상 언어로 꾸짖는다. 행복의 대상이 죽거나 행복의 행위가 소멸되어 똑같은 즐거움을 맛볼 수 없다 하더라도 행복이 주는 의미는 항상 현실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녹아 있기 때문에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행복의 진실이나 삶의 원동력은 모두 자신에게 비롯된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대신할 수 없으며 그 대상이 될 수도 없다.
8과 1/2 우먼의 주인공 필립은 아내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다. 그는 상실된 마음을 채우고 자신의 행복을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여자를 계속 소개해주는 아들의 무모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행복이란 두려움이나 희망 같은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돼야 하는데, 그는 그렇지 못하고 새로운 체험과 쾌락, 돈과 권력을 통해 그것을 채우려 한다.
피터 그러너웨이 감독은 이를 오이디푸스적인 성적 판타지로 물든 화려한 영상에 대입시키며 그 맹랑함과 허무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람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행복을 발견하고 느껴가는 능력을 스스로 잃어버린다. 어릴 때에는 작은 사탕 하나에 행복감을 느끼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리거나 이루지 못한 것을 애석해하고 한탄하면서 행복 타령을 한다. 그것이 이뤄지면 꼭 행복해질 것처럼... 행복을 좇고 있다는 것부터가 한없이 부족하고 행복하지 못한 삶임을 모르고 허탈해한다.
주인공 필립은 어떤 것으로부터도 위안을 얻지 못하고, 부질없는 욕망을 버린다. 행복 따위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소망에 대한 기대조차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그때 그는 욕망의 출구를 탈출할 수 있게 되고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다. 행복은 느낌으로서 중요한 것이며 오늘에 충실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피터 그러너웨이 감독이 작고한 이탈리아 영화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8과 1/2'에 바치는 영화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은 이 작품을 발표할 때 장편영화 여덟 편을 만든 뒤 겪은 슬럼프를 극복하게 위해 만든 새 영화라고 해서 제목을 8과 1/2로 지었다.
스위스에서 큰 집과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갑부, 필립은 일본에 가서 카지노 사업을 성사시키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의 죽음을 맞게 되어 크게 상심한다. 그는 일본에 거주하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면서 슬픔을 참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 아버지를 달래며 허전함을 채워주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알고, 급기야는 여자들을 만나게 해준다. 성적인 쾌락과 행복으로의 향연을 준비하면서 아버지의 깊은 슬픔이 극복되길 바란다.
아버지의 상대로 여덟 명의 여자(도박 중독자 시마토, 배우 미오, 파계한 수녀 그리젤다, 남자보다 돼지와 말을 사랑하는 베릴, 아기 낳으며 쾌락을 얻는 지아콘다, 비서 키토, 하녀 클로틸드, 스스로 찾아온 팔미라)와 장애인이라서 1/2 여인이라고 불리는 줄리에타가 등장하는데, 그녀들을 통해 성적 판타지와 쾌락 등을 경험하면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1999년 15분 정도의 필름이 잘린 상태에서 국내에 개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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