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개망나니의 사색

개망나니의 사색 - 크로키와 함께 떠나는 바다 여행

이동권 2021. 4. 4. 21:58

바다로 떠난 여행은 나와 영원히 나눠야 할 대화로 채워졌다. 영혼의 부르짖음이나 자기반성도 있었다. 하지만 살면서 내가 저질렀거나 목도했던 고통, 횡포, 슬픔 같은 것, 사회의 부조리가 양산하는 것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먼저 살폈다. 육체는 어딘가에 벗어 놓고 정신만 돌아다닌 여행, 내가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자존심과의 싸움이 바로 바다로의 여행, 개망나니의 사색이었다.

연평도는 천혜의 자연이 서로 몸 부대끼며 특유의 정취를 연출했다. 넘치지 않았지만 부족한 것이 없는 곳, 여행지로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편하게 위로받고 휴식할 수 있는 곳, 온정이 넘치지만 각박한 삶 또한 엿보이는 곳, 특별히 무엇이 아름다운지 얘기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서로 어울리는 곳이었다. 연평도는 여행의 참 맛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