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이 음악 좋다

이생강 - 듣는 이들의 마음 사로잡는 피리소리와 대금산조, 퉁소가락

이동권 2024. 4. 17. 11:16

피리 연주하는 이생강 명인

 

대금, 단소, 태평소는 알아도 피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적다. 피리는 잘 알려진 악기 같지만 실제로 본 사람도, 연주하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도 드물다. 

 

피리는 소리 자체가 요괴스럽다. 여릿하게 불면 정신을 나긋하게 만든다. 힘을 아주 빼고 불면 구슬프고, 힘 있게 내불면 가슴이 대차게 두드리며, 흥을 실으면 애간장을 녹인다.

 

 

피리는 마디가 촘촘하지 않은 대나무로 만든 한국의 관악기다. 구멍은 총 8개이며 앞에 7개, 뒤에 1개가 있다. ⓒ나무위키


죽향 이생강 선생의 피리소리는 듣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한밤중에 바람 소리처럼 평화롭고,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처럼 청아하다. 피리의 미세한 음 처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기교 때문이다.

이생강 선생은 곧고 청아한 ‘대금’ 연주로 잘 알려진 명인이다. 하지만 피리, 쌍피리, 단소, 소금, 퉁소, 태평소 등 모든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타고난 예인이자 전설적인 연주자다.

그가 ‘위대한 우리 소리’라는 제목으로 ‘피리소리’ 음반을 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라질 게 뻔한 귀중한 우리의 아름다운 음악 유산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서다.

 

‘피리소리’ 음반에는 50곡이 담겨 있다. 수록된 곡으로는 우리나라 고유의 가락으로 널리 외국에까지 소개된 이른바 본조 아리랑을 비롯해 ‘도라지타령’, ‘풍년가’, ‘정선 아리랑’, ‘창부타령’, ‘너영 나영’ 등 대중성이 있는 우리 민요와 또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팝송 ‘Summer Time’, ‘ Wonderland By Night’, ‘Amazing Grace’, 그리고 우리 동요 ‘오빠 생각’, ‘섬집아기’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다.

 

 

 

 

 

 

이생강 선생의 대금산조도 안 들어볼 수 없다. 

대금의 종류에는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이 있다. 

정악대금은 주로 궁중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로 다른 악기와 합주할 때 적합하다. 정악대금의 길이가 긴 것도 다른 악기와의 음정을 고려해서다. 정악대금은 취구가 작아서 농음이 어렵고, 지공 사이가 넓어서 다루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호흡에도 어려움이 있다. 

산조대금은 대금산조 독주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다. 손동작을 원활하게 하려고 정악대금보다 짧게 만들어져 손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정악대금보다 꺾기나 깊은 농음, 다루기가 쉽다. 

이생강 선생이 정악대금으로 대금산조를 연주했다. 정악대금으로 음고만 달리해 산조대금의 산조를 흉내낸 것이 아니다. 투철한 명인 정신과 노력으로,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정악대금의 묵직하고 청아한 소리 속에 실리는 산조의 느낌, 산조대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묵직한 성음은 독특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대금산조는 기악 독주 음악의 하나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남도소리의 시나위와 판소리의 방대한 가락을 장단에 실어 연주하는 곡이다. 특히 '이생강류 대금산조'는 진양, 중머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엇모리, 동살푸리, 휘모리의 장단변화로 구성된 국악의 백미다.

 

 

 

 

이생강 선생의 퉁소 가락도 으뜸이다. 

 

퉁소는 단소와 모양은 같지만 크기는 대금과 같다. 음의 폭이 크고 저음의 소리를 가장 장엄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민속악에서 독주악기로 쓰인다. 

퉁소 소리는 구성지고 한이 깃들어 있다. 옛날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이 처량하고 애달픈 퉁소 소리를 듣고 고향의 처자식이 그리워서 고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이생강 퉁소 연주의 가장 큰 특징은 절제된 호흡으로 연주하는 독특한 기교와 저음으로 갈수록 소리가 장중해지는 표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