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의 사찰 관련 문서철을 번역·분석한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를 펴냈다.
일제는 강제병합 이전부터 해방 때까지 반일 성향을 지닌 인물들을 요주의 사찰 대상으로 분류해 감시하는 다양한 형태의 요시찰제도를 조선에서 시행하였다.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노동운동가 등은 물론 외국인, 일본인 심지어 사상전향자에다 밀정과 같은 명백한 협력자에 이르기까지 식민통치나 침략전쟁 수행을 저해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인물은 모두 요시찰 대상에 포함시켰다. 3·1운동 관련자 11명도 수록되어 있는데 무려 26년의 세월이 흐른 1945년까지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은 데서 일제의 집요함을 엿볼 수 있다.
일제는 이들을 위험도에 따라 등급별로 분류해 관리하였는데 사회주의자가 가장 우선적인 경계 대상에 속하였다. 사찰과 감시의 주체는 주로 악명 높은 고등계 형사들이었으며, 관련 문건의 생산 또한 이들이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의 원본은 『쇼와20년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昭和二十年 朝鮮人要視察人略名簿』 문서철로 일본 국립공문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일제는 도항 과정에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사회문제화하자, 1944년 12월 각의에서 조선인의 ‘내지도항제한제도內地渡航制限制度’를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노골적인 단속이 쉽지 않게 되자 고등경찰은 각 도별로 ‘약명부’를 작성해 일본과 조선 등지의 보안 관계자 그리고 연안·국경 지역의 경찰서와 헌병대 치안 책임자에게 배포해 요주의 인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자 했다.
총 790명이 실려 있는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중요한 학술적인 의미를 지닌다.
첫째, 현재까지 발견된 일제강점기 마지막 조선인 요시찰인 명부로 일제 사찰제도의 전모와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둘째, 요시찰규정에 관한 문헌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약명부』를 통해 사찰의 실제를 유추할 수 있다.
셋째, 『약명부』 수록 인물 중 168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었다. 대다수가 항일운동의 행적이 있음을 감안하면 서훈이 소수에 그치고 있어 추가조사를 통한 발굴보훈이 필요해 보인다.
넷째, 역대 권위주의 정권이 자행한 민간인 사찰의 원형으로서 일제강점기 사찰제도와의 연관성 연구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이 『약명부』가 일제강점기의 조선인 통제정책 연구에 다소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기초자료 발간을 체계적으로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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