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이 음악 좋다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 잊어버린 열정이 부러운 날

이동권 2022. 8. 25. 16:08

Dream Theater ⓒWikipedia


숲에는 제각기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의 환영이 머문다. 드림 시어터는 이 추억의 숲에서 희고 푸른 구름이 되어 옛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 그러나 도처에서 삶을 괴롭히는 나팔소리와 시끄러운 톱니바퀴 소리가 들려오면, 그 흐릿한 환영은 피난처를 찾아 사라져 버리고 숲은 갈색으로 메말라 간다. 아! 끊임없이 흐느끼는 삶의 무게여.

드림 시어터의 음악을 들으면 과거의 공간이 조금씩 모습을 나타낸다. 지독하게 음악에 몰두했던 그때 그 시절 말이다. 그때는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악보를 음미하려는 지적 욕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함께 '이 노래 좋지 않으냐'며 수다를 떨었던 추억이 거의 다다.

그 시절의 음악은 단지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를 위로해주었던 하나의 친구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그때 그 시절의 지독한 열정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와 눈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노래하던 때가 말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안다는 것과 같은 것일지 모르지만, 그 시절의 사랑법은 좋고 싫음 이외에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지 않은 순진함이 넘쳤으니까..

1980년대는 저항과 자유를 모토로한 서구의 록 음악의 전성기였다. 역시 주류는 헤비메탈과 팝 메탈. 음지에서는 아트록이나 슬래쉬 메탈, 심포닉 메탈 등을 고수하는 팀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공과 인기에 영합해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드림 씨어터는 더욱 욕심이 과한 그룹이었다. 기존의 음악적 계보를 탈피하려는 시도를 하는 한편 음악적인 완성도와 명성, 거기에 대중성까지 잡으려고 했으니 말이다. 결국 그들의 음악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성과로 이어져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드림 시어터가 처음이 아니었다. 러시(Rush), 예스(Yes)라는 그룹이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창시했고, 헤비메탈 미학을 추구하는 사바타지(Savatage), 테크니컬하고 변화무쌍한 작곡으로 이름을 날렸던 페이츠 워팅(Fates Warming) 등이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림 시어터는 '창시', '주도'라는 명성으로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거장 대우를 받는 선배들을 물리치고 이 장르의 최고 그룹으로 평가받게 됐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드림 시어터는 Rush를 아주 좋아해서 음악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우선 드림 씨어터는 가장 기계적인 연주 솜씨를 선보이는 그룹 중 하나였다. 버클리 음대에서 수준 높은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떠나 악기와 보컬의 구성, 드라마틱한 작곡, 팀원들의 음악적 완성도 등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어떤 평론가들은 'Image And Words' 앨범을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교과서', '완벽주의의 결정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터워, 한국에서 최초로 공연한 헤비메탈 그룹이 되기도 했다.

좋은 음악들이 많아서 어떤 곡을 선정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무래도 가장 테크니컬하면서도 인간적인 라이브를 선보였다는 'Live Scenes From New York'이 좋을 것 같다. 이 앨범은 CD 3장으로 드라마틱하게 구성되어 있다. A Change Of Seasons는 러닝 타임이 24분 33초다. 차분한 마음으로 감상해 보시길 빈다. 시끄럽다고 생각하지만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