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조은영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표 - "청소년 토론하는 장 만들고 싶어"

이동권 2022. 8. 5. 17:01

조은영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표

청(靑)소년, 소년기를 지났으나 성년의 무르익음이 채워지지 않은 젊은이. 푸를 청(靑) 자가 붙어 다니는 시절의 사람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푸르디푸른 풋사과처럼 마냥 싱그럽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시디 신 새콤함까지 곁들여져 있어 생기로운 맛도 느껴진다.

오래된 색채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영혼을 압도하는 세월의 무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법이지만 시간의 먼지가 내려앉지 않은 총천연색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도취되어 그 속에 빨려 들고 만다. 이처럼 청소년이라는 시절은 원숙함보다는 신비로움을 발산하는 매력에 순식간에 취해버리는 강렬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조은영 인터넷 뉴스 바이러스 대표에게도 그러할까?

자정을 향해가는 시간, 조은영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표는 오늘도 하루하루 꽉 찬 일정에 쫓긴다. 

"청소년들이 사회와 단절되어 신음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곳이 없거든요. 바이러스는 그런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터넷신문이고자 합니다. 청소년들은 부당한 생각이 들면 교육인적자원부나 교육청에 고발하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더욱 현장에 많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사이버 청소년 기자들을 통해서 마음껏 얘기하도록 격려하고 있고요. 이에 더하여 청소년의 생각을 사회에 전해주는 역할도 중요한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는 국내 유일의 청소년 전문 인터넷 뉴스로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신문이며,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뉴스 사이트였다. 정치사회, 교육, 문화, 학생자치, 동아리 교육, 심리상담 등 청소년들의 모든 관심분야를 보도했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폐간이 됐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바이러스 출신 활동가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입시에 고생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앞선다. 때론 나무와 호수를 바라보며 시를 읽고, 때론 드넓은 산정에 올라 가녀리게 흔들리는 야생화를 관찰하고, 때론 풀밭에 누워 푸른 하늘과 구름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시기에 입시에 억눌려 씨름하는 것을 보면 애틋함에 빠지기도 한다.

오늘날 입시는 어떤가. 추억에 이끌린 주검의 사자처럼, 회색빛으로 드리운 거친 하늘처럼 우중충한 표정으로 청소년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지 않은가.

"청소년들은 구조적으로 억압당하고 있고 사회와도 단절되어 있습니다. 사회변화의 속도는 급박한데,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거든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되겠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된 힘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 담배 피우고 음주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른들도 똑같이 하면서, 비도덕적이라는 잣대로 저울질하는 것을 납득할만한 청소년들은 없습니다. 청소년들도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거든요. 음주와 흡연을 한다는 것이 밝고 건강한 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도 아니고요. 권장하지는 않지만, 조건 없는 규제도 안 됩니다. 교육적인 지도와 정서적인 교감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조 대표는 청소년들이 즐기는 컴퓨터 게임이나 연예인에 대한 열광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도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존재가 청소년이라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옳다고 판단했다.

"남학생들은 컴퓨터 게임에 열중합니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어 부모님들은 피시방에 가지 못하도록 감시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해소 통로가 없습니다. 중학생들이 '인생이 왜 이러냐'는 식으로 푸념까지 늘어놓을 때는 힘이 빠질 정도입니다. 여학생들은 드라마나 연예인들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외모에 대한 지나친 동경으로 성형수술을 원하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생각에 열등감까지 느낍니다. 이는 외모가 취직이나 부의 축적으로 이어지는 사회적인 폐해에 근원이 있다고 봅니다. 드라마 비판적으로 보기, 연예인에 대한 환상 깨기, 자아 찾기, 자신감 불어넣기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정신적인 건강을 추구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부드러운 키스와 뜨거운 포옹이 이끄는 삶의 흥분제요, 진홍색의 축복이다. 사랑은 애조의 빛으로 흐르는 삶의 무거움도 온화함으로 바꿔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 어찌 이런 감정을 청소년과 성년이라는 나이로 구분하거나 정당함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조은영 대표는 청소년의 성문제를 무조건 터부시하는 것보다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는 일임을 강조했다.

"사랑과 연애는 빠지고 성만을 부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성년자가 섹스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사랑과 섹스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표현이고, 인간관계의 한 모습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성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성교육의 부재, 생물학적이고 관념적인 교육은 도움이 안 됩니다. 실제 아이들은 헷갈리고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섹스하는 것이 맞는지, 틀린 지, 판단할 만한 자기 근거가 없어서지요. 이것에 대한 교육과 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조은영 대표는 비싼 옷, 디카, 핸드폰 등을 사거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어려운 생활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를 권장하는 사회에 매몰되는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는 옳지 않다는 얘기다.

"대부분이 서비스직이고 계약직이어서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떼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소년 노동인권 보장에 힘을 쓰면서, 청소년들이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병행돼야 합니다."

조 대표는 청소년들의 순수함, 진취적이고 실천적인 모습은 어른들의 귀감이 될 만한 자세라고 머리를 숙였다.

"정말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은 대단해 보입니다. 예를 들면, 대일고등학교 학생회장 이정호 군은 회장 선거 시에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으며 공약을 마련하고, 연설할 때 친구들의 음성을 직접 들려주며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학우들도 이정호 군의 노력과 열정을 믿고 회장으로 뽑았고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된 힘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청소년이 많습니다. 현실 속에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며 제가 더 많이 배웁니다. 청소년의 우리의 희망이며 또 다른 거울입니다."

조 대표가 발견한 것, 또는 그녀 내부, 혹은 바이러스가 찾으려는 것은 희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 시대를 짊어진 청소년들이 통일 역군의 모습으로 자라나 주는 것, 생명력 넘치는 모습으로 세상에 당당하게 나서는 것, 더불어 살아감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 이런 것들을 통해서 스스로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치유하며 정화하려는 모습이 그녀와 바이러스의 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