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강경대 평전

061. 시 - 님의 심장과 하나되어 (한상렬 목사)

이동권 2021. 11. 22. 14:34

한상렬 진보연대 공동대표 2008년 6월 4일

 

살아서 
살아서 투쟁하자고
더 이상 죽지 말아달라고
엎드려 간절히 호소하였건만 
계속되는 죽음 앞에
그만 괴롭고 괴로운 세월이었습니다.

20년 전 1991년의 봄
강경대님이여 박승희님이여
김영균님이여 천세용님이여
박창수님이여 김기설님이여 
윤용하님이여 김철수님이여  
김귀정님이여 정상순님이여  
이정순님이여. ……
                       
한 분 한 분 소식이 터질 때마다
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이야말로 이 목숨을 던져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심각하게 고민하며 처절하게 고통만 하던
부끄러운 시절이었습니다.

“…너도 사람이가
창수가 아니라 노태우를 땅에 묻을
그 어기창 불쌈(혁명)의 대활(기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도리어 우리 박창수를 땅에 묻었으니
…임마  너도 사람의 새끼냐고……”

백기완 스승님이 박창수열사를 묻으며
절규하신 바로 그 심정이 열사님들을 묻는 저의 심정이었습니다.

“야, 이 새끼. 한상렬이 임마
너도 사람의 새끼냐고” ……

그렇습니다. 그것은 과연 죽음의 행렬이었습니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서 그 아픔 속에서 우리는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거룩한 생명의 행진이었음을 ……

이 땅에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뜻과 정성과 목숨을 바쳐 오신
모든 애국애족애민애인 선열님들을 이어이어
…전봉준님, 류관순님, 김주열님, 전태일님, 
박종철님  이한열님…모든 열사님들을 계승하여
참 역사를 이루기 위한 ‘모심’과 ‘살림’의 행진이었습니다.
죽임을 죽음으로 온통 안아 살라버리고
삶은 삶답게 죽음은 죽음답게 하며
결국 죽음을 생명으로 되돌리는
부활 생명 행진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거룩한 혁명의 행진이었습니다.
이현주목사님이 장일순 스승님을 추모하며
하신 말씀이 떠오르는군요.

“죽산 조봉암선생님의 죽음을 말씀하시던
선생님께서 먼저 흐느껴 우셨고
이어 철수와 저도 흐느껴 울다가
바야흐로 소리를 내어 한바탕 통곡을 했지요
그 울음마당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그 눈물에 사회운동가와
도인의 합일을 비춰보는 것입니다
내가 또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네가 죽어줘야겠다는 사이비혁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 살기위하여 필요하다면
내가 죽겠다는 참 혁명을 꿈꾸면서”

과연 열사님들이야말로 꿈꾸는 자들로서
참 역사 변혁을 위한 진보 혁명 행진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거룩한 평화 행진이었습니다.
참 평화의 3요소는 사랑과 자유와 정의라 생각합니다.
사랑 없는 자유는 이기요 방종입니다
자유 없는 사랑은 구속이요 맹종입니다.
사랑과 자유 없는 정의는 비정이요 폭력입니다.
사랑과 자유로 거듭난 정의만이 참 정의입니다.
사랑과 자유와 정의는 세발솥처럼
하나라도 빠지면 제대로 된 평화가
될 수 없습니다.
참 선생님이 학생의 잘못을 안고
스스로 종아리를 매로 맞듯이
사랑과 자유와 정의를 온몸으로 체현하며
이 역사의 십자가를 안고 차라리 스스로를 바치신
열사님들이야말로 비폭력 참 평화의 일꾼들이 아니겠습니까.

1991년 봄 열사공동체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자유정의평화
통일자주민주평등세상의 길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여기 새 역사의 봄은 오고 있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 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한 알의 밀로 참역사의 밥이 되신
열사님을 통해 새 생명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생이 활동하는 온갖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중생이 활동하는 그대로 파악함이
“관세음”이라 한다지요.

열사님처럼 관세음이 되어
대중과 함께 울고
대중과 함께 웃으며
소중한 진보를 이루어갈 것입니다.

열사님이여 
님을 기리며 목 놓아 노래를 부릅니다.

“비우라 놓아라 내려 놓아라
또 다시 내려놓고 깨끗이 비우라
인생도 길가는 나그네일 뿐
삶과 죽음도 자연의 한 조각
삶과 죽음도 하나 아닌가
비우라 놓아라 내려 놓아라

사랑해 사랑해 더욱 사랑해
또 다시 사랑하고 열렬히 사랑해
사람은 삶은 사랑일  뿐
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님의 심장과 하나 아닌가
사랑해 사랑해 님을 사랑해”

2011년. 4. 13
청계산국립수도원(서울구치소)에서
어느 한사람(한상렬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