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강경대 평전

060. 시 - 강민조(고 강경대 열사 아버지 )

이동권 2021. 11. 22. 14:33

강민조 아버님 1991년 6월 2일

 

 

창살빛에 경대 보이네

 

창살 하얀 집은 나의 집
따뜻한 보금자리 우리 가족
함께 웃던 지난 세월
아…
별님 아래 담 넘어 저 불빛
내 맘 설레어라
저 불빛 저 안
온 가족 오늘을 마무리하겠지
내 마음 살며시 질투 생겨
여보 나도 말 한 번 합시다
옛날엔 이 몸도 행복했소
우리 식구 주량
맥주 한 병 경대가 사와
저녁에 모인 우리 네 식구
부라보
선미 경대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 집안 살림 잘 하고
아빠 돈 많이 벌어 좋은 일 많이 하고
부라보
경대 목소리 하나로
우리 가족 행복했소
우리 아들 너무 대견해
경대 엄만 마냥 내 아들 최고
엄마 엄마 난 아빠 아들
용… 용…
아빠하고 살라는 엄마
젖 만지며 엄마 만세다
그렇게나 효자동이 내 아들
싸늘한 몸 되어 망월동에 누웠소
엄마 아빠 가슴에 못박고
죽어도 뺄 수 없는 못박고
저 혼자 망월동에 누웠소





어제 꿈 속 우리 경대
새 잡아 달라 했네
작은 새 잡아
기르려고 두 다리 묶으니
엄마 새 아빠 새 놓으라네
등 뒤 익은 소리에 뒤돌아보니
어머님과 경대
방긋 웃으며 돌려주라시네
새끼 새 풀어 주고
경대야 할머니랑 엄나 누나 있는
집으로 가자니 보이지 않아
어머님과 경대 보이지 않네 
오늘밤엔 우리 경대
그리운 내 집에서 얼굴 보며
경대가 외치던 
독재 정권 타도하자!
우리 가족 모두 외쳐 보겠네

 

 

감옥마다 민주 물결

 

감옥이 학교인가 전부 학생들이네
옆방에는 일하러 온 노동자들
앞방에는 민주인사 가득하고요
배움을 달라
일을 달라
우리 모두 힘찬 주먹 움켜쥐고
하늘 높이 외치는구나
노태우 정권 타도하고 민주 정부 수립하자
우렁찬 구호 소리 너무 미더워
밤 공기 가르며 메아리치네
어떤 형벌인들 두려우랴
자유와 평화를 무서워하는
6공 - 5공 = 1
이놈 저놈 다 같은 한놈인 걸
5공 때는 오작오작 씹어 먹너니 
육시랄놈의 6공 세상
학생 노동자 민주인사 죄다 감옥행이네

 

 

경대 방 경대 책상

 

경대 방 경대 책상 경대 기다려
오늘도 경대가 보듯
그대로 책상 위에 놓여 있구나
경대 손때 묻은 연필 노트
경대 임자라고 경대 기다려
방문 앞 경대 신던 운동화
경대 오기만 목놓아 기다리네
함숨 지으며 경대 의자 앉은 엄마
혹시라도 우리 막둥이 오지 않을까
경대 옷 다음어 꺼내 놓고
편히 자고 학교 가라고
경대 요 펴놓았지만
그리운 내 아들 오지 않아
경대 이부자리 엄마가 덮고
경대 그리며 잠을 청하네

 

 

비둘기 모이 주면서

 

나는 보았네 비둘기 모이 주면서
너는 왜 웅크리고 모이도 못 먹니
너는 왜 죽을려고 눈을 감고 있니
너의 어미 가슴에 너도 못을 박을려고
살아다오 살아다오 불쌍한 비둘기야
나는 네 어미 마음 잘 아는 경대 아빠야

 

 

영어의 몸

 

불꽃처럼 타오르던 신기루 같은 세월도
쓸쓸한 내 마음에 묻어 버리고
얼룩진 꿈을 안고 목메이는 그리움 달래며
자유 향해 몸부림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 버리네
창살 너머로 아침 햇살 들어 나를 깨우는데
비둘기들은 뭐가 저리 좋은지
흥겨운 노랠 부르네
버드나무만큼 높은 담
그립고 보고픈 바깥 세상 막고 있는데
담 밑에 돋아나는 이름 모를 꽃마다
반짝이는 이슬 흘리며
사무치도록 외로운 내 마음
저 멀리 담장 너머로 던져 버리리라

 

 

당신 생각

 

예전엔 이렇게 그리움을 몰랐네
당신의 그늘진 얼굴을 볼 때
내 가슴 오려내는 아픔을 느껴
힘 없는 당신의 눈동자에는
우리의 한 맺혀 있어라
당신 면회 매일이지만
아쉬움 매일 남고
당신 안 올 땐 내 맘
덜커덩
무슨 일 일어났나
내일만을 기다린다네
다시 또 당신 보면
할 말 다 했다고 당신 가지만
가고 나면 잊은 말 생각나
다시 또 내일만을 기다린다네
이것이 부부의 정인 것
이제야 터득한 당신 남편
이제야 성년 되어 가슴 펼치며
우리의 원수를 물리치겠네

 

 

헛산 인생

 

처음에 내 가슴 찢어지며
우리의 복수를 다지고 다져
세상살이 헛되이 산 나였기에
이런 세상 이런 고통
정말 몰랐네
세상 몰라 내 아들 멀리 보내고
울부짓는 들 무슨 소용이려요
겨울 옥살이
불붙는 내 가슴
하루하루 훈련되어
갈 곳은 하나
이놈의 독재 정권 뿌리 뽑을 때
강철 같은 내 마음 구리 되어
우리 학생들 총총 감아 주겠네

 

 

비극을 안고

 

첫번째는 아들을 쇠파이프에 죽이고
두번째는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고
세번째는 어머니 이를 뿌러 뜨렸네
네번째는 우리 선미 어떻게 할런지
지금도 당신들은 생각하겠지만
하루하루 내 마음 갈 길 잡혀
감옥살이 훈련으로 더욱 강해져
타도 노태우 해체 민자당
당신들의 독재와 끝까지 싸워
이 나라 자유 평화 찾겠네

 

 

광주는 말한다

 

80아 왜 장가 안가니
5·18이 있어야 장가 가지요
광주는 왜 시집 안가니
시민군이 있어야 시집 가지요
민정이 민자 태우하고 노네
민정이 민자는 쌍둥이라네
태우는 좋겠다 그 여자가 그 여자라서
젊은 아씨 광주 선 한 번 보고
시민군한테 시집갔다네
망월동 새 보금자리
아늑도 하여라
경대야 경대야 너 뭐하러 왔니
독재 싫다고 부르짖다
백골단 쇠파이프 맞고 왔나
망월동 누님 형님같이 살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