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 돈이면 다 된다는 재벌에게, 데이비드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2014년작

2022. 10. 28. 00:06이야기/그래 그 영화

존 윅(John Wick), 데이비드 레이치(David Leitch), 채드 스타헬스키(Chad Stahelski) 감독 2014년작


영화보다 배우가 궁금했던 영화가 키아누 리브스의 주연작 <존 윅>이었다.

존 윅은 키아누 리브스가 한국 나이로 50살 때 개봉됐다. 50살은 이미 부모와 사별했거나, 모시던 부모의 임종을 서서히 준비해야 할 나이다. 하지만 키아누 리브스는 부모 외에도 가슴 아픈 사별을 네 번이나 겪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가까이했던 사람은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시달려 끝내 노숙자가 되고 말았다.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 <아이다호>에 함께 출연했던 친구 리버 피닉스의 죽음을 목도했다. 리버 피닉스는 약물중독으로 고생하다 심장발작으로 돌연사했다.

키아누는 또 출산 예정이었던 딸과 약혼녀였던 제니퍼 사임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제니퍼 사임은 만삭의 상태에서 태명 ‘에바’라고 불리던 그의 딸을 사산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고, 제니퍼 사임은 약물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키아누 리브스는 여동생도 잃었다. 그는 여동생이 마약 후유증으로 암에 걸리자 극심하게 보살폈다. 그러나 여동생은 그를 남겨두고 훌쩍 세상을 떠났다. 이후 키아누 리브스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함께 있으면 불행해진다는 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노숙자가 됐다. 

<존 윅>은 키아누 리브스가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처음 출연한 영화다.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키아누 리브스의 심정을 대변한다. 영화 속 주인공 존 윅은 전설적인 킬러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모든 과오를 접고 평범한 삶을 꾸린다. 하지만 그는 돈이면 다 된다고 여기는 재벌가의 부도덕성에 분노해 무시무시한 킬러로 다시 돌아온다. 

내내 가슴이 찡한 영화였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에게 ‘악마’라는 손가락질 대신 연민부터 일었다.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가 노숙자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아픔에 동화된 까닭이다. 아울러 이 영화는 억울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산자들의 슬픔도 느끼게 했다. 생명은 영원히 살 수 없고 죽음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지만, 모든 죽음의 의미가 같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겠다. 

이 영화는 인간의 가장 큰 슬픔이 무엇인지 느끼게 했다. 심지어 천하의 악당 비고도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존 윅과 절체절명의 싸움을 벌인다. 그 어떤 슬픔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가장 크다고들 한다. 실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어본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이 슬픔은 원망하고 미워했던 가족이라도 예외가 아니며, 전 인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비애다.(이 영화에서 존 윅은 지병으로 죽은 아내가 선물한 강아지의 죽음에 폭발하지만, 강아지는 그의 자식과 같은 존재로 해석해야 한다.) 

<존 윅>은 부정하게 쌓은 막대한 부로 무소불위한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가에 대한 분노도 치밀게 했다. 반칙과 특권으로 재산을 불려온 재벌의 이면에는 저들이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는 다수의  서민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이 국민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재벌이자 악당 비고는 까마득히 높고 화려한 빌딩, 귀물스럽고 호화로운 것들로 치장된 사무실에서 살인을 모의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부도덕한 아들의 범죄나 쾌락에도 무엇이든 관용한다. 하지만 아들이 전설적인 킬러 존 윅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고, 아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존 윅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존 윅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집중과 약속, 고결한 의지’를 지닌 킬러, 비록 과거에 그들 밑에서 일했던 킬러지만,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이제 돈이 아니라 슬픔과 분노다. 

존 윅은 이 영화에서 악랄한 재벌 부자를 처단하면서 이런 얘기를 꺼낸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죄를 짓거나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면 그에 상응하는 값이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안하무인 같은 세상을 향한 일갈이겠다. 

우리 사회에는 후안무치의 파렴치한들이 너무도 많다. 노동자들이 일하다 재해를 당해도 ‘내 알 바 아니’라고 발뺌하고, 먹지 못할 재료를 넣어 음식을 팔면서도 ‘먹어도 죽지 않는다’고 말하고,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도 ‘억울하고 분통하다’는 말을 연발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존 윅의 대사는 뼈에 각인될 충고다.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 <존 윅>의 시나리오 단계부터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의 이야기와 삶을 연관시키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인 상처를 극복하고 실화 같은 이야기의 영화에 첫 출연했고, 그것을 진심으로 이 영화에서 몸과 마음으로 보여줬다. 

이 영화의 액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주 대단하고 거창해서가 아니라 총질이나 주먹질이 다른 액션 영화와 차별화돼 있다. 영화를 보면서 거칠지만 섬세하고, 빠르지만 풍부한 액션에 움찔해지곤 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존 윅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신기하고도 진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