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패러독스 - 조작된 공포에 짓눌린 세계,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감독 2014년작

2022. 10. 27. 23:48이야기/그래 그 영화

타임 패러독스(Predestination), 마이클 스피어리그(Michael Spierig), 피터 스피어리그(Peter Spierig) 감독 2014년작


지적 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은 환호할 영화다. 영화가 꽤 복잡하고 생각을 요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것 같지만 스토리가 탄탄하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들어가 관람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재밌다. 잠시 '왜'라는 질문이 나오더라도 계속 보게 되는 영화가 바로 <타임 패러독스>다.

이 영화에서 범죄예방본부는 현재 일어난 범죄를 막기 위해 과거로 수사관을 잠입시켜 악당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이 조직은 특수한 타임머신을 이용해 템퍼럴이라는 요원을 투입하고, 과거에서 범죄자를 죽이도록 한다. 하지만 이 조직은 (영화에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커다란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지 않으면 해체돼야 할 운명에 놓이는 것 같다. 

범죄예방본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뉴욕을 초토화시키는 폭파사건처럼 세상을 뒤흔들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조직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이 조직은 은밀한 작전을 세운다. 스스로 범인을 만들어 엄청난 사고를 일으키고, 수사관을 보내 범인을 죽이는 리플레이 게임을 조작한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커다란 진실이 숨어 있다. 

어느 누구라도 마지막에 그 진실을 알게 되면 무릎을 치게 되고, 시나리오를 쓴 작가에게 약간의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믿기지 않은 진실이라, 가슴이 울렁거린다. 

이 영화를 보면 미국 역사자인 폴 토드가 쓴 <조작된 공포>라는 책이 떠오른다. 냉전적 임무를 수행하던 정보기관들은 조직의 존속을 위해 자신을 정당화해줄 새 논리를 찾아야 했다. 그것이 바로 테러리즘, 반 세계화 운동, 마약과의 전쟁, 불량 국가 등이었다. 또 이들은 외국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는 첨병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아직도 미국과 국가 정보기관은 구체적 실체가 모호한 테러를 반세계범죄로 규정하며 조직의 영속을 획책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선량한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하거나 용공 분자로 만들어 감옥에 가뒀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을 북한 추종세력으로 몰아세웠고,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적을 제거하는 일도 벌였다. 왜일까?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미국과 정보기관을 겨냥한다. 국가와 국가 기관이 얼마나 흉악하고 비도덕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스토리에만 매몰되면 이 영화가 큰 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패러독스를 감지하지 못할 것이다. 

영화 <타임 패러독스>의 원작은 SF계의 그랜드 마스터로 불리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1959년작 <올 유 좀비스(All You Zombies)>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된 <스타쉽 트루퍼스>가 있다. 이 원작을 천재 감독 피터 스피어리그 감독이 발견해 <타임 패러독스>를 만들었다. 

최근 시간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 <엣지 오브 투모로우>, <소스 코드> 등이 개봉됐다. 이들 영화들은 치밀하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영화팬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타임 패러독스>는 이들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각종 학문과 종교학이 녹아있고, 1945년부터 1993년까지의 시대를 아우른다. 특히 이 영화는 모든 대사와 장면이 영화의 진실을 깨닫게 하는 코드다. 단 한순간이라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이 영화를 놓칠 만큼 정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