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들 - 감시와 불법사찰 사이...불감증을 느끼는가? 조의석, 김병서 감독 2013년작

2022. 10. 8. 21:56이야기/그래 그 영화

감시자들, 조의석, 김병서 감독 2013년작


범죄 대상을 감시하고, 가장 효과적일 때 현장을 덮친다. 그러나 함정은 있다. 흔적 없이 감시하면 수사가 되지만 감시하다 들키면 불법사찰이 된다. 죄가 밝혀지면 용서가 되지만 죄가 밝혀지지 않으면 폭력이 되는 불편한 진실. 영화 ‘감시자들’을 보고도 섬뜩하지 않은 관람객이 있다면 불감증을 의심해볼 만하다.

우리나라는 너무도 많은 불법사찰이 자행돼 왔다. 일례로 이마트는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불법사찰했다. 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 179명, 427건의 불법사찰을 했다. 불법사찰을 당한 민간인 중에는 연예인도 있었다.

사찰 방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사무실이나 주거지 인근 잠복과 미행은 기본. 제3자 대화 내용 녹취, 차적 조회, 수색, 위치추적, CCTV 탐문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감시 방법도 비슷하다. 고도로 정보화된 시스템과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캐내고 단서를 찾아낸다.

이 영화는 국가 권력에 쫓긴 적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상당히 기분이 더러울 만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범죄자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이야기다. 이들은 관찰력과 기억력을 총동원해 범죄 대상을 감시하고 포위망을 좁혀 검거하는 일을 한다.

 

이 영화 속의 사건은 자잘한 범죄가 아니다. 범죄자들은 폭발물을 터뜨려 은행을 털고, 대기업의 회계감사 자료를 빼돌리며, 증권전산망까지 교란하려는 시도를 한다. 총칼을 들고 서로 죽이려고 덤벼드는 전쟁 상황에서 감시가 이뤄진다. 게다가 범죄자들은 올빼미 같은 경찰들의 감시를 철저하게 따돌린다. 증거나 흔적 또한 전혀 남기지 않는다. 또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한다. 화면에서 흉기가 왔다 갔다 하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눈이 감긴다. 흉기가 아니라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는 영화다. 

 

영민한 신입 경찰이 입사해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그녀는 명석한 머리답지 않게 멍청할 정도로 마음이 따뜻하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그만 좀 나왔으면 한다. 명령과 규율을 무시할 정도로 정의로운 주인공. 감독이 주인공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한 것이겠지만 너무도 전형적이다.

이 영화 볼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정의로움이 발산되는 장면에서는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 흥미롭고 재밌는 영화다. 영화의 설정은 신선하다. 경찰이지만 신분을 밝힐 수 없다. 범인이 눈앞에 있어도 잡지 못한다. 오직 감시를 통해 범죄를 파악할 뿐이다. 또 영악한 범죄와 맞물려가는 감시 장면은 범죄 영화로서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한다. 앞을 읽기도 전에 이야기가 진행돼 지루하지 않다는 얘기다.

볼거리 못지않게 액션도 부족함이 없다. 도시 한복판에서 범죄자와 감시자가 군중들 사이를 오간다. 세트가 아니라 실제 도심이 배경이다. 눈에 너무 익은 공간은 현실적이고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제작진의 준비, 경찰과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만들기 힘들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특히 좁은 골목에서 벌어지는 롱테이크컷은 흥미를 자극한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이후에 오랜만에 보는 혈투 장면이다. 얼마나 오래 끄나 숫자를 세면서 봤는데 올드보이보다는 짧지만 꽤 길다. 배우와 스텝이 손발을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밖에도 도심 고가도로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 장면과 도심 총격 장면, 골목과 빌딩 사이를 누비며 쫓고 쫓기는 장면도 이 영화에서 놓치면 후회할 컷 중 하나다.

설경구. 참 매력적이다. 연기력과 흥행파워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한효주. 어딘지 모르게 경찰과 잘 어울린다. 처음엔 실수 연발이지만 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우성. 악역도 나쁘지 않다. 살의에 찬 눈빛은 존재감 작렬이다. 이준호. 이 영화의 감초다. 감초는 꼭 안타깝게 죽음을 맞는데, 딱이다. 이준호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이준호는 아이돌 스타 2PM의 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