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을 처음 봤다. 실버 라이닝은 구름 가장자리로 햇빛이 새어 나온다는 뜻이다. 이들은 음악으로 환경과 평화의 메시지를 주로 던진다. 어지럽고 참혹하게 벌이지고 있는 폭력을 비판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희망을 제시한다.
'실버 라이닝' 멤버 차이대희, 박하재홍, 김현수 씨를 만났다. 차이대희 씨는 실버 라이닝에서 프로듀싱과 보컬을 맡고 있다. 박하재홍 씨는 래퍼이며, 즉흥적으로 가사를 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때 새는 발음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지만, 오랜 연습과 공연으로 극복했다. 김현수 씨는 현란한 프리스타일의 춤을 구사한다. 정식 만남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래퍼를 맡고 있는 이웅술 씨와 가형빈 씨, 펑키 기타리스트 김대현 씨가 실버 라이닝 멤버로 참가하고 있다.
실버 라이닝은 랩을 주로 하며 보컬, 비트 강한 락, 힙합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크로스오버의 절정을 들려준다. 이들이 주요 곡들을 창작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음악을 만들 때 먼저 함께 모여 어떤 주제와 형식으로 음악을 만들지 토의해서 결정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맡은 파트는 각자 작사하고 (때론 작곡도 함), 다시 함께 모여 조율하는 회의를 합니다. 이를 테면 랩 부분에 가사가 매끄럽지 않거나 주제가 빗나갈 때 함께 의견을 나누고 조절해 수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수합해 하나의 음악으로 프로듀싱을 합니다"
이들은 '평화유람단'으로 전국에 있는 분쟁지역을 다니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기존의 공연과 달리 랩을 하니까 특이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의 취향에도 잘 맞았다. 이후부터 이들은 각종 집회나 문화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선보였다. 그러나 집회에서 공연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불만도 점점 커졌다. 운동가들은 공연을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 이런 방식은 음악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고, 대중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다가갈 수도 없어 한편으론 속이 상했다.
그렇지만 재홍 씨는 "자신들의 일이나 생각에 대해 논의할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진정으로 비폭력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폭력적인 저항은 어디까지 인지, 평화 실현을 위한 방법론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실버 라이닝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랩을 담당하고 있는 박하재홍 씨가 팀을 모았다. 우선 밝혀둘 사실은 차이대희 씨와 박하재홍 씨는 아름다운 재단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가게의 간사다. 재홍 씨는 신촌 아름다운 가게에서 매니저를 하고 있으며, 대희 씨는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 업무를 전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 재홍 씨가 대희 씨를 만나 활동하면서, 그를 아름다운 가게로 불러들였다. 고수익이 보장되는 직장을 마다하고 아름다운 가게로 들어온 대희 씨. 음악을 사랑하지 않고, 특히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결정이었다.
재홍 씨는 실버 라이닝을 만들기 전 원래 락밴드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거리공연하는데 장비 부담도 있고, 특히 밴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그래서 그는 거리공연을 하기 위해 랩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혼자 활동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여름이 되면 '누렁이를 부탁해' 같은 노래를 공연했죠. 한 번은 녹색엽합에서 Buy Nothing Day(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행사에서 친구들과 공연을 하게 됐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팀을 생각하게 됐죠. 대희 씨는 자기 헤드폰 팔고 저는 그 헤드폰을 사기 위해 처음 만났습니다. 거래가 있던 날 저는 대희 씨에게 혼자 음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죠. 그때 대희 씨가 메신저 아이디를 물어왔습니다. 그 이후 메신저로 얘기를 나누다가 팀을 만들게 됐습니다. 정식 멤버인 웅술 씨는 같은 군부대에서 복무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함께 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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