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8. 00:26ㆍ이야기/그래 그 영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재밌고 명랑하다. 단 아이들과는 금물이다. ‘세상을 구한다면 뒤로하게 해 줄게요’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게 내뱉는 스칸디나비아 공주의 대사로 이유는 대신하겠다.
영화란 알기 쉬우면서 감칠맛이 있어야 한다. 비비 꼬거나 색다른 아이디어를 장착해야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와 감독도 많지만 좋은 영화는 그럼에도 융통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그렇다.
레스토랑 출입문 잠금장치를 하나하나 걸면서 ‘매너가(철컥) 사람을(철컥) 만든다(철컥)’고 얘기하며 매너 없는 것들을 빼어난 격투 솜씨로 때려눕히던 콜린 퍼스가 자꾸 생각난다. 그는 정말 멋지고 섹시한 배우다. 또렷한 ‘왕(王)자근육’, 탱탱한 ‘엉덩이’ 한 번 노출하지 않지만 무척 관능적이다.
폭력적이고 끔찍한 현장에서도 신사도를 잃지 않고,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으며, 경쟁보다는 협동심을 강조하는 국제스파이조직 ‘킹스맨’은 존재만으로도 하트 두 개가 ‘뿅뿅’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한 번 더 보겠다면 ‘대갈통’을 치려나. 두 시간 넘는 러닝타임이 훅 지나갔다. 보고 나니 숨도 가빠왔다. 이 영화 ‘장난 아니다’라는 말도 자연스레 툭 튀어나왔다. 엉망진창 쌓인 스트레스가 한방에 확 풀렸다. 오랜만이다.
독창적이라서 그렇다. 과거 스파이 영화와 완벽하게 다르다. 007시리즈보다 한 차원 위다. 액션과 대사, 스토리와 영상까지 기상천외하다. 장르도 구분 불가다. 여러 장르가 짬뽕됐다고 해야 할까. 액션, 스릴러지만 코미디, 호러까지 버무렸다. 컬트 영화적 요소도 있지만 엄청나게 상업적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적재적소에 쏠쏠한 교훈까지 투척한다. 정다운 환담 속에 ‘사골국물’이 들어가 있다. 손가락이 오그라들 것 같지만 너무도 천연하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야.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지.’ 자칫 퀴퀴한 곰팡이 냄새를 풍길만한 대사다. 그럼에도 고리타분하지 않다. ‘킹스맨’은 인간적이고 명료하며 여유가 있다.
계급성도 뛰어나다. 콜린 퍼스는 귀족 운운하는 족속들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정치인, 재벌, 귀족, 온갖 사악한 줄을 대고 자기만 살려고 발버둥치는 가진 자들을 통쾌하게 벌한다.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목사의 설교를 참지 못하고 ‘나는 가톨릭 창녀예요. 내 흑인 유태인 남자애인은 군 낙태시술소에서 일해요. 난 악마가 좋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 영화는 자신감과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희망을 버리면 세상의 모든 것이 적이 된다. 자신과 자신의 능력을 믿고 굳세게 밀고 나가면 언젠가 위대한 사람이 된다. 위대한 사람은 돈 많고 명성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거대한 인내가 내면에 자리 잡은 사람,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영화의 ‘새끼’ 주인공 에그시는 자존감 없이 살았다. 작전에 투입됐다 킹스맨으로 죽었던 아버지를 미워했고, 아버지의 죽음 뒤 희망을 놓아버리고 아무렇게나 사는 어머니를 불신했다.
자포자기 상태로 살았던 그에게 킹스맨이 나타나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삶이 가치가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능력을 감추지 말고, 개발하도록 가르친다. 재능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쓰라고 주어졌다는 것이다.
킹스맨은 또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알려준다. 킹스맨은 에그시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 지도하면서 힘을 불어넣는다. 역시 모든 사람은 타고난 능력은 다르지만 나름의 경이로움과 위대함이 있다.
킹스맨은 결국 죽고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인다.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고,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지만 킹스맨의 희생으로 인류는 존속한다. 이 부분은 영화를 직접 봐야 한다. 더 이상 쓸 수도 없다. 가장 좋을 때는 설날, 시간이 널널한 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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