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7. 22:36ㆍ이야기/그래 그 영화

따가운 햇빛에 말라 절명한 것 같았다. 한없이 입을 벌린 검은빛의 물고기가 너무나 슬퍼 보여 눈물이 났다. 저들은 사람을 죽여 강에 던졌다. 땅에 묻은 시체들은 부패하고 분해돼 강으로 스며들었다. 강은 죽은 이들의 영혼이 모이는 곳이 됐고, 죽은 이들은 물고기로 환생했다.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은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기가 막힌 상황극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살인마의 영혼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사람을 죽여도 죄가 되는지 몰랐고,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늘어놓는 짐승을 인간으로 구환한다. 꾸민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논픽션 다큐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1965년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노조원, 지식인, 화교 등 100만 명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죽였다. 잡아다가 죄를 시인할 때까지 고문했고, 죄가 없어도 어떻게든 공산주의자로 만들어 죽였다. 총살은 가당치 않았다. 온몸을 난도질했고 철삿줄로 목을 졸랐다. 죽을 때까지 때리거나 항문에 각목을 집어넣었다. 백주대낮에도 길을 가다 만나면 칼로 무참히 도륙했다. (예상되는 건 이 영화에서 묘사된 것보다 현실은 더욱 잔인하고 참혹했을 것이다.)
삶은 인내심을 갖고 자신에게 열중하는 것이다. 자신의 결점들을 비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신이 내린 재주와 능력을 살펴 부족하고 모자란 모습 그대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한다. 인간이라는 존엄성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주인공은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다. 좋은 옷과 맛난 음식, 안락한 거처를 위해 영혼을 팔았다. 군부 독재의 팔다리가 돼 부끄러운 운명을 선택했다. 저들에게는 까다롭게 세상을 논하는 일은 불필요했다. 오직 기준은 두 개다. 군부 독재에 반대하느냐 하지 않느냐와 자신보다 힘에 세느냐와 세지 않느냐였다. 군부에 반대하면 공산주의자였고, 힘이 약하면 약탈의 대상이었다.
이 영화가 피로 만들어낸 민주주의가 후퇴되고, 공안정국이 연출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모습과 겹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은 물고기를 위한 제사로부터 시작된다. 물고기 입에서 무희들이 등장하고, 무희들은 인도네시아 전통춤을 추면서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물고기는 영화의 처음과 중간, 끝, 세 차례 등장한다. 이 장면은 처음에는 몽환적이고 망측하게 보이지만, 나중에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일종의 정화의식이라고 해야겠다.
영화의 주인공 '안와르 콩고'는 대학살을 주도한 암살단의 주범이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국민영웅으로 추앙받았고, 호사스러운 삶을 누리며 살아왔다. 그에게 이 영화의 감독은 뜻밖의 제안을 한다. 학살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공을 넘어, 공산주의자 박멸을 위한 교육용 영화로 제격이라 생각하고 흔쾌히 응한다. 하지만 영화 제작은 함정이었다.
국민영웅 안와르는 영화를 만들면서 갖가지 살인을 재현한다. 즐겁고 유쾌하게,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어떻게 사람들을 죽였는지 소개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했던 일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모했는지 느끼기 시작한다. 그들은 정의로운 사람이었고, 게다가 공산주의자도 아니었다고 고뇌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그는 영화 속에서 직접 공산주의자가 된다. 그러나 취조당하고, 고문받고, 죽음의 고통을 경험하면서 공포에 짓눌린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수많은 생명을 죽이게 됐고,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되돌아보면서 슬픔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에게서 웃음이 사라진다. 더 이상 학살의 추억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꺼리게 된다.
우리는 사는 동안 자신을 외적인 위치에서 바라보지 못한다. 소중한 것을 잃거나 죽음의 예고를 느낄 때, 아주 큰 충격을 받을 때야 비로소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보게 된다. 그제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이미 지난 일을 후회하며 울어봐도 소용없다. 평소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면 이미 시들어 죽어버린 꽃에 불과하다. 진정한 안락과 행복은 그것을 구하지 않을 때 찾아오고, 영혼의 위안도 얻게 된다. 물고기가 물속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다 죽는 것처럼.
인간이 가진 영혼은 불만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 일상생활의 무서운 순환과 결함을 경험하지만 달리 변화를 기대하거나 주의 깊게 참다운 생활을 성찰하지 않는다. 오직 일신의 이익과 순간의 쾌락을 위해 온통 삶의 사고 자체가 매혹돼 있다.
그런 세상에 이 영화는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킬 것이다. 비인간성의 근원을 눈앞으로 소환해 지속적이고 고된 되새김의 시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영혼에 힘을 길러 주는 일, 성찰 말이다.
이 영화는 액자 구조다. 다큐멘터리 카메라가 학살을 재현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추적해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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