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찬 여자다. 통번역회사와 스토리텔링 콘텐츠 회사를 운영하는 CEO. 삶의 양상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밥벌이는 열심히 하니, 이것만으로는 당차다고 할 수 없다.
김애리 작가가 당찬 이유는 따로 있다. 김 작가는 퇴근 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책을 읽고 쓰는 일을 20대 내내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30살이 되기 전에 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크고 작은 공모전에 도전해 당선된 이유다. 여전히 그녀는 해마다 평균 100여 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다.
그녀의 꿈은 어릴 적부터 줄곧 ‘책과 함께 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어쨌든 어린 시절 꿈은 이뤘다. 어른이 된 뒤에는 어떤 직장이나 어떤 조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사는 자유와 행복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꿨다.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저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며 거기서 돈과 자유와 행복과 명예도 얻을 거야’라는 헛된 망상을 걷어내면 가능하다는 거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남들보다 많은 자유를 얻는다면 반드시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해요. 그게 가족의 구박이나 주변의 시선이든, 가난을 견딜 수 있는 인내와 고독이든 말이죠. 하하. 어쨌든 저는 오른손의 것을 움켜쥐기 위해 왼손의 것을 포기한 대신 제가 하고 싶은 일들로만 일상을 채우며 사는 꿈을 이루었어요.”
김애리 작가는 공부를 하면서 삶의 목적을 만들어 온 것 같다. 목적이 분명해야 행동도 분명해지고, 삶의 방향도 설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먹고사는 일에만 매달리다 허망하게 삶을 보내게 된다. 공부란 지식을 채우는 것만 뜻하진 않는다. 많은 공부가 지혜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공부는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 발견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는 과정이며, 또 공부는 인격을 형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올바른 삶을 살도록 돕게 하는 것이다.
김 작가는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남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어 책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에 고스란히 옮겼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란 학창 시절 책상머리에 앉아 단어를 암기하는 공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요리든, 마라톤이든, 커뮤니케이션이나 글쓰기든 자신을 성장시키고 기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전부 ‘공부’라는 범주 안에 넣었다.
“30대가 되고 이상하게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들과 자주 모임을 갖는데, 그들도 저처럼 배움을 크게 갈망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두뇌회전율은 스무 살을 못 따라가도 열정의 온도만큼은 훨씬 뜨거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공부란 19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가진 이들만의 사치품도 아니잖아요. 아이를 낳고 길러도, 경력이 단절되고 꿈과 무관한 삶을 살아가도 모두들 공부에 대한 애틋함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시중에는 대학 졸업 이후 여자들의 배움과 성장을 논하는 책이 없었다. 대부분 대학입시, 취업, 승진이나 특정 자격증에 관한 책들뿐이었다. 그래서 동시대를 사는 또래 여자들에게 응원가를 불러주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이제 호모헌드레드,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서른 좌우의 우리는 올챙이들이야! 살아갈 날이 아직 창창하라고! 지금껏 선생님과 부모님과 졸업과 취업을 위해서만 공부했다면 이제부터는 정말 내가 원하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그 공부를 시작해봐! 이 책을 통해 그렇게 목청 높였죠.”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는 흥미롭다. 어려운 여건과 환경을 극복하고 공부에 매진해 꿈을 이뤄가는 ‘언니’들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가슴에 와닿는다. ‘늦다고 생각했을 때가 제일 빠르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30년을 독학으로 공부해 <로마인 이야기>를 펴낸 시오노 나나미, 59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 박사, 새벽 3시면 일어나 자신만의 공부를 시작하는 김안숙, 35세에 이탈리아어도 모르면서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난 최해숙 등 모두 눈이 휘둥그레질 사례다.
김애리 작가는 훌륭한 ‘언니’들의 얘기를 통해 ‘조금 더 나아지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평범한 여자들에게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대부분 여자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면 인생의 지형이 대부분 그려졌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러면서 ‘당신이 어떤 학교를 나왔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당신의 현재가 얼마나 남루하고 보잘것없든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문제는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나가느냐, 그것이 당신의 남은 인생을 뒤바꿀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자의 인생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너무나도 길며, 성적이나 남편의 소득 순으로 삶의 질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가끔은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 후회스럽기도 하고, 꿈을 이룬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시기심과 함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죠. 볼 때마다 성장하는 여자들을 보며 부러워하거나 너무 늦어버린 것 같은 자신의 꿈 때문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고요. 게다가 지금 외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언제 자신의 발목을 찍을지도 모릅니다. 그 문제들은 다른 사고방식을 배우지 않고는 절대 해결할 수 없어요. 배움을 가로막는 크고도 다양한 이유 앞에서 묻고 싶어요.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어디까지 해 보았느냐고.”
김애리 작가는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에서 공부를 가로막는 수많은 것들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언제나 반복하는 작심삼일 패턴을 깨트리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에 3시간씩 적어도 일주일에 3일을 3년간 지속하면 그 일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3·3·3 시간법칙, 주말을 이용한 세컨드 잡을 찾는 법, 같이 성장하는 연인들을 위한 공부데이트 문화데이트, 자신만의 독서학교 세우기 같은 조언이다. 이러한 조언들은 모두 김 작가의 실천과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그러나 김 작가도 사람이다. 그녀 또한 공부를 해오면서 어려웠던 점이 많았을 것이다.
“뭔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힘’을 갖는 것이 훨씬 힘들죠.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걸 ‘실력’으로 변신시키는 시간을 인내하기가 힘든 일이죠. 저는 실행력, 행동력은 뛰어나지만 뒷심이 부족했어요. 완성도가 부족한 공부를 하는 거죠. 그걸 잘 알기에 끝없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지난 10여 년간 읽은 책과 인터뷰를 통해 얻게 된 김애리 작가의 공부철학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공감과 웃음, 그리고 같이 공부하자는 토닥임과 응원으로, 독자에게 공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 것이다.
김애리 작가의 마지막 당부의 말이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공부와 성장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된다는 건 포기와 절망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아니잖아요. 불행한 것보다는 뻔뻔한 편이 훨씬 나으니, 타인의 시선, 자아검열, 현실의 손익계산서를 이제는 그만 치우고 앞으로 3년 정도만 ‘뻔뻔함의 아이콘’으로 살아보세요. 여기서 말하는 ‘뻔뻔함’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착한 뻔뻔함’이에요. 30대에 그런 뻔뻔하고 치열한 시간을 보낸다면 반드시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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