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었다. 평범하게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오노 후미아키 작가는 폐허의 현장에서 발견한 흔적들을 복원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흡사 의식과 같은 미술행위였다. 폐허가 된 사물은 새로운 사물과 만나 파괴되기 전의 의미로 되살아나고, 예술 작품으로도 영원히 보존될 것이다.
아오노 후미아키 작가는 지난 20여 년 동안 다양한 장소에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복원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Tsunami)의 피해가 가장 컸던 센다이에서 수집해 제작한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고통의 흔적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 형태의 복원뿐 아니라 의미의 복원을 추구한다.
전시 제목 ‘환생’은 살(flesh)이나 고기(meat)를 의미하는 라틴어 카네우스(Carneus)에서 유래했다. 아오노 후미아키의 작품에서 ‘환생’이라는 개념은 부서진 잔해에 살을 입혀 버려진 물건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든다’고 이해되는 일반적인 예술 작품의 개념과 달리, 그는 끊임없이 주변에 버려지고 부서진 물건을 복원해 이러한 ‘환생’의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미술품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대량생산되고 소비되며 다시 빠른 속도로 버려지는 물질주의 시대에 통한 ‘삶과 예술의 치유’라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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