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된다. 정이 넘친다. 기쁨은 뭉클하고, 슬픔은 휘몰아친다. 희열은 살아 숨 쉰다. 저절로 몸이 반응한다. 쇼나 조각은 그야말로 삶 그대로 반영하는 예술이다. 인간이 보이고, 삶이 그려지고, 자연이 어우러진다.
미술은 관람객들에게 충격이나 긴장, 극도의 아름다움을 통해 감정을 뒤흔드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쇼나 조각’이 주는 감동은 전혀 다르다. 오로지 인간의 삶과 팽팽하게 얽혀있다. 인간의 애환과 환희 같은 것이 한데 뒤섞여 훈훈하게 녹아내리고, 어떤 경우에는 기쁨이나 슬픔 같은 분간할 수 없는 파장이 마음속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삶은 지독하게 무료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극적이고 감격적인 정서가 꿈틀거리는 ‘역설’이지 않은가.
쇼나 조각은 스케치나 밑그림 없이 정과 망치 같은 전통적인 도구만을 이용해 제작된다. 그만큼 시간과 열정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혼의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쇼나 조각가들은 세계 최고의 조각가로 인정받고 있다.
쇼나 조각은 원래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조각품이다. ‘쇼냐 조각’이 알려진 것은 영국인인 프랭크 맥퀸이 작품을 가져와 1969년 뉴욕 현대미술관에 소개한 다음부터다. 이후 쇼나는 전 세계인에 소개됐으며 언론과 비평가, 작가와 콜렉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일반인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쇼나 조각이 각광을 받은 이유는 삶을 그대로 투영하는 순박함과 깨끗함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쇼나 조각은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독창적인 결과물로 발전됐다. 브랑쿠시 등 유명 작가들은 쇼나 조각을 실제로 모방했다고 자인했고, 세계 미술계의 거장 피카소나 마티스 같은 대가들도 쇼나 조각의 영향을 받았다.
쇼나 조각은 20세기 현대 미술사를 장식하며 가장 추앙받는 제3세계 미술의 대표적 모델로 제시된다. ‘쇼나 조각파’가 조각가군을 형성할 정도로 많은 미술가들이 열정을 쏟고 있으며, 현재 리즌 치와와 케네디 무세키와 같은 제3세대 쇼나 조각가들은 아프리카 전통 쇼나조각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는 기법으로 유럽 등 서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짐바브웨에는 매우 다양한 원석이 생산된다. 짐바브웨라는 국가명칭도 <돌로 지은 집>이라는 뜻이다.
쇼나 조각에는 짐바브웨에서 생산된 200여 가지의 원석이 활용된다. 오팔스톤(Opal Stone), 백운석(Dolomite), 레오파드락(Leopard Rock), 사문석(Serpentine), 프릇 세퍼타인(Fruit Serpentine), 스프링스톤(Spring Stone), 코발트스톤(Cobalt Stone), 버터제이드(ButterJade), 버디아트 스톤(Verdite Stone), 라피도라이트(Lapidolite Stone) 등 특징과 색감이 모두 다른 원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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