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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이승연, 알렉산더 어거스투스 작가 - 두려운 도심의 수많은 십자가들

이승연, 알렉산더 어거스투스 작가

 

붉은 십자가. 정교한 패턴과 영기로운 옷매무새. 엄숙하고 성스럽다.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 강해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 청량감이 밀려온다. 은유의 미학이랄까. 저절로 고개를 끄덕여진다. 숭고한 종교 윤리와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 돈의 권능, 생활과 동떨어진 예술 앞에 많은 민중은 무력감을 느껴오지 않았나. 

이승연, 알렉산더 어거스투스(Alexander Augustus) 작가는 ‘한국의 종교와 미래’를 주제로 2100년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 혹은 예배를 드릴 때 사용할 수 있는 아트 오브젝을 선보였다. 작품은 종교를 대변하지만 계율을 강제하거나 청교도적이지 않다. 금기 혹은 절대 선을 향한 강요도 없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인용한 성경구절을 엮어 기독교의 현실적인 도구와 수행 과정을 형상화했다. 수많은 십자가가 난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냉정하게 비틀어내는 프로젝트다. 

두 작가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진다. 평범한 주제를 신선하고 독창적으로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영국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느낀 첫 감정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알렉산더(알렉스)가 처음 서울에 도착한 날 서울을 잘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북악 스카이에 데려갔었는데 그곳에서 서울 아래 내려다보이는 수많은 붉은 십자가를 바라보게 됐죠. 빽빽이 들어찬 건물의 별빛 사이로 도드라지게 보이는 수많은 붉은 십자가가 강렬하면서도 신기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참 복잡한 느낌을 가져다주더라고요. 특히 알렉스인 경우 유럽의 종교인 기독교가 아시아인 한국에 들어와 이렇게 많이 퍼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매우 신기하게 받아들였고 교회가 교회라는 것을 나타내는(붉은 LED 네온사인으로 표현되는) 꽤나 한국적인 방식(?)에서 공격적이며 두려운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거기서 작품의 구상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받은 첫 느낌. 그리고 저희가 영국인과 한국인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서양의 종교가 아시아에 들어와 한국적인 방식으로 표현됐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연극적으로 보이는 붉은 십자가와 그 안에 내포된 인류학적인 관심이 저희가 서로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에 적합한 주제라고 생각했죠. 아마 다른 백그라운드( 연극, 디자인, 인류학, 파인아트……)에서 온 다양한 시각, 문화 차이들이 합쳐져  좀 더 신선하고 독창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 그리고 물론 저희가 종교가 없었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승연, 알렉산더 어거스투스 작가는 2100년 미래 우리나라 종교의 모습을 유추해냈다. 미래 기독교는 어떻게 변화돼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될지에 대해 여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가정한 뒤 현실과 상상을 뒤섞어 2가지 스토리를 만들었다. 

하나는 ‘천사의 교회’다. 모두가 같은 교리를 따르고 믿어야 하는 종교가 아니라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사회 속에서 한 개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교리를 골라 믿고 의지하는 교회다. 즉 ‘천사의 교회’ 신도들은 각각의 개인의 특성, 배경에 따라 다른 도덕적 규율이 적용되고 평가돼야 한다고 믿는 교회이다. 일반화된 도덕적 코드 또는 문화 표준을 기반으로 개인을 종교 안에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신이 보낸 각자의 ‘천사’와 각각의 다른 규칙에 따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 교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의상 또한 마치 누에처럼 홀로 들어가서 기도하는 모습이다. 작가들은 실제로 산에서 홀로 기도하고 오브제 조각으로 형상화된 십자가 조각 속에 성수를 담아 마시는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의 내재된 의미를 표현했다. 즉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도와주는 ‘움직이는 교회’(십자가 조각)로 한국의 전통적인 제사와 차례의식, 무슬림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 의상, 가톨릭의 성체 등에서 빌려온 형식과 맞물려 그들만이 예배의식을 퍼포먼스 형식으로 표현했다. 

또 하나는 ‘붉은 십자가의 교회’로, 매우 공격적이며 강압적으로 절대다수에게 종교를 전파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의상 오브제에 프린팅 된 전통 산수화 속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붉은 십자가’를 넣어 주제를 부각했다. 퍼포먼스는 산 중턱에 올라 산 아래 도시를 향해 전통 악기 나발을 불며 종교를 널리 전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천사의 교회’와는 다르게 집단적으로 모두가 같은 교리를 따르고, 이 교리를 집단적으로 퍼트리기를 원하며, 퍼포먼스를 통해 이와 같은 의미를 표현했다. 

두 작품들은 매우 직설적이다. 어조도 의미심장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지만 개인주의와 일신의 영화로 얼룩진 기독교를 투영한다. 인간다움이 아니라 돈이나 권세를 위해 세워지는 교회, 행복을 얻으려고 노력하다가 오히려 행복을 위태롭게 하는 종교의 이중성을 경고하는 듯하다. 두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환기시키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 종교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를 말하고 싶었다고 하면 괜찮을까요?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현대사회를 은유한 ‘천사의 교회’. 자기와 관련되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신경 쓰지 않는 우리의 모습들. 반면 여전히 집단주의만을 강조하는 ‘붉은 십자가의 교회’. 단체 행동, 일반적인 삶의 방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받게 되는 따가운 눈초리들. 아마 이런 두 가지 극대화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종교’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그 속에 가장 고결하다고 할 수 있는 ‘종교’를 통해 작가의 상상을 덧붙여 작품을 만든 거죠. 이건 어디까지나 작품에 관한 극히 일부분인 생각이고 메시지는 작품을 보고 느끼시는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달려있겠죠.” 

교회의 성스러움은 고결하고 고귀한 것에 있지 않다.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정서를 찾아가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성스러움은 드러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종교의식에 의지하고, 믿음에 귀속당한다. 그것이 삶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든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한국에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십자가들이 세워지는지 모르겠다. 

두 작가는 이러한 현실에 재치 넘치는 매스를 들이댄다. 옷에 십자가를 새기고, 영검한 문양을 과장되게 그려 넣어 모순과 거부감을 만들어낸다. 마치 두 작가는 교회가 우선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아껴주는 모습으로 살아가라고 외치는 것 같다. 과연 이 두 사람이 예언하는 2100년의 한국 종교의 모습은 사실이 될까. 

“글쎄요. 사람이 살아가는 한 종교는 항상 같이 있겠죠. 아마 역사는 계속 변하니 미래도 계속 변해가지 않을까요?” 

이승연과 알렉스는 <바이트백 무브먼트(The Bite Back Movemen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젊은 아트 듀오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다. 인류학, 고고학, 파인아트, 산업디자인, 제품 디자인 연극 등 다양한 배경지식과 문화 차이로 의견을 나누면서 그들만의 시각으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현해내고 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고, 왜 바이트백 무브먼트(The Bite Back Movement)를 결성하게 됐을까. 

“만나게 된 계기는 런던 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 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만났어요. 저희 학과 특성상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했는데 같이 작업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다른 스킬 등을 나누면서 더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죠. 작품에 들어갈 때는 의견 차이로 인해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성격도 물론 잘 맞았고요. 그리고 ‘바이트백 무브먼트’라는 저희 팀 이름인 동시에 아트 디자인 스eb디오를 만들면서 좀 더 큰 규모의 작업을 하기가 가능해졌어요. 다른 아티스트들 즉 필름메이커나 엔지니어, 건축가 등을 저희 팀 멤버로 프로젝트마다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면서 좀 더 큰 규모의 흥미로운 작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바이트백 무브먼트(The Bite Back Movement)는?


바이트백 무브먼트(The Bite Back Movement)는 한국을 비롯해 런던, 이태리, 슬로베니아 등지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인터렉티브 설치, 퍼포먼스 등 타 분야와 연계해 개인작업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런던 Somerset House 사상 가장 젊은 아티스트로 솔로쇼를 진행한 아티스트 듀오이며, 2013년 8월 ‘A Dangerous Figure’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진행했고, 2014년 2월 영국 국립초상화 박물관에 공식적으로 작품이 등록됐다. 

바이트백 무브먼트는 영국의 대표 인디 뮤직 페스티벌인 ‘SECRET GARDEN PARTY’에서 아트 퍼포머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European Union, Maribor City of Culture 2012, 런던 올림피아드 2012, 임옥상 미술연구소, 유로스타와 같이 작업을 하였으며 Somerset House (런던 ) Platoon Kunsthalle (서울 ), Granary Square (런던), City Council of Jesolo ( 이태리 ) 등에서 전시 및 퍼블릭 아트 작업을 진행했다. The Bite Back Movement 듀오는 영국 Wonderland Magazine, Art Monthly, The Verge Magazine, Timeout, Frieze 메거진, 디자인 듀 등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