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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4인놀이 국악인 - 윤서경 이영섭 신현석 이재하, 시나위 되살리겠다

윤서경, 이영섭, 신현석, 이재하 '4인놀이'


어지럽다. 안녕하지 못하다.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어깨가 축 처지고 광란할 뉴스 천지다. 안팎으로 민중의 원성과 한탄이 끊이질 않는다. 숨 가쁘게 한 해를 달려와서 그런지 피로와 무력감도 쌓인다. 마음속에 가득 들어찬 음울함을 덜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음악이다. 음악은 우울함은 덜어내고, 희망은 쌓아내는 묘약이다. 그 옛날 거리를 뛰어다니며 불렀던 노래들이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시린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이유 또한 다르지 않다. 기약 없는 날일지라도, 희망을 지우지 않는 한 희망은 계속된다. 

마음이 몹시 마르고 야윌 때는 정겨운 음악이 좋다. 빨랫방망이 소리처럼 방정맞아도, 고향의 사투리처럼 억세도 다정하게 들린다면 그만이다. 신명난 국악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세련된 케이팝도 좋고, 장중한 클래식도 좋지만 국악만큼 우리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는 음악은 없다. 얼씨구, 좋지, 흥 따위의 추임새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서양의 것에서는 맛볼 수 없는 구성진 매력이 국악에 숨 쉰다. 국악과 친하게 지내면 다사한 분위기가 온 몸을 감돌며 마음의 중심을 꽉 잡아줄 것이다.  

최근 눈길을 끄는 국악인이 있다. 젊은 남성 국악인 4명이 똘똘 뭉쳐 만든 그룹 <4인놀이>다. 윤서경, 이영섭, 신현석, 이재하. 쟁쟁한 실력으로 이미 국악계에 잘 알려진 예인들이다. 이들의 화려한 수상이력과 연주경력은 <4인놀이>의 라이브 실력을 가늠케 한다. 아마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고도 남을 것이다. 과거에 이들은 팀으로 뭉치기 전 개인의 이름으로, <바이날로그>, <거문고팩토리> 등의 그룹으로 활동해왔다. 이제는 음악 인생의 승부수를 두는 마음으로 <4인놀이>를 만들었다.

윤서경 씨의 말이다.

 

“학습해온 기량이 짧으니까 얕다. 완성도 보다는 명인들의 시행착오를 답습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단발성,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판소리에 보면 ‘또랑광대’가 있다. 지역에서 좀 유명한 사람인데,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하다보면 팬 층도 넓어지고 많아지지 않겠나.” 

윤서경, 이영섭, 신현석, 이재하가 응결한 팀 이름은 <4인놀이>다. 팀 이름은 아주 쉽다. 그런데 <4인놀이>라고 하니 <사물놀이>를 연상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사물놀이>는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네 가지 농악기로 연주하는 합주다. 1978년 <사물놀이>라는 이름의 팀이 창단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고유명사가 됐다. <사물놀이>는 세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 음악이다.

<4인놀이>는 <사물놀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4인놀이>는 아쟁, 대금, 해금, 거문고 연주자로 구성된 팀이다. 팀 이름을 조금은 ‘오마주’스럽고, 조금은 ‘패러디’스러운 <4인놀이>로 지은 연유가 궁금해진다. 윤서경 씨는 ‘친숙함’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사물놀이>가 고유명사가 됐다. 대중에 친숙하다.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4인놀이>는 4명의 멤버가 악기를 바꿔가면서 연주하고 논다는 뜻이다. 우리 팀은 즉흥성이 강점이다. 일정한 장단의 틀 안에서 자유자재로 순간순간 음악을 빚어낸다. 우리 음악과 이름은 잘 맞는 것 같다.” 

윤서경은 아쟁, 오귀장구를 연주한다. 주 종목은 아쟁이다. 그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부수석으로 <바이날로그> 동인이다. 이영섭은 대금, 태평소, 장구를 연주한다. 주 종목은 대금이다. 그는 <바이날로그> 대표이자 월드뮤직앙상블 <이도> 멤버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과 창작악단 수석을 역임했다. 신현석은 해금, 징을 연주한다. 주 종목은 해금이며 구음도 맡는다. 그도 <바이날로그> 동인이다. 이재하는 거문고와 징을 연주한다. 주 종목은 거문고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비단원이자 한국 거문고 앙상블 회원이다. <거문고팩토리> 동인이다.

<4인놀이>가 추구하는 음악은 민속악에 기반을 둔 즉흥연주다. 하지만 최소한의 약속은 한다. 일정한 장단에 맞춰서 각자의 음악을 덧붙이는 방식이다. 이 약속마저 하지 않으면 음악이 난해해지고 소음처럼 들릴 수 있다. 이영섭 씨는 ‘자유롭게 노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음악’이 <4인놀이>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전통음악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궁중음악이라고 불리는 정악이고, 하나는 민간에서 불리던 민속악이다. <4인놀이>는 민속음악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풀어낸다. 오늘날 시나위(산조의 기악곡으로 즉흥적인 특성이 있다)는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 자유롭게 노는 느낌이 떨어진다. 그것을 다시 살려보려고 한다.” 

합주의 힘은 각각의 음악가들이 개성을 어떻게 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악기 고유의 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동시에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소리라 할 수 있다. 서로 잘 어우러지지 않으면 연주자의 개성도 상실되고 합주의 기세도 떨어진다. 특히 국악은 토속적인 요소가 강한 음악이다. 박자가 틀리거나 이질적으로 튀는 음색이 나오면 사람들의 귀에 더욱 거슬릴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관록을 쌓아온 만큼 <4인놀이> 또한 합주를 하면서 서로 힘을 돋우는 노력이 가장 필요했을 것이다. 서로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유쾌하게, 흥겹게 판을 그려내기 위한 각고의 인내와 집념이 요구된다. 예상하건데 연주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듯싶다. 그러나 신혁식 씨는 ‘아니’라고 말한다. 한 번도 각각의 개성이 마찰을 일으킨 적이 없단다.  

 

“멤버들 모두 개성이 뚜렷하다. 하지만 한 번도 트러블이 생기지 않았다. 각자 개성을 장점으로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또 예전부터 2~3명씩 서로 연주를 해본 경험이 있다. 서로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개성을 이해하고, 교감해왔다. 이런 게 쌓여 있다. 이번에 비로소 4명이 만나게 됐다. 시너지 효과가 있다.”  

<4인놀이>는 탄탄한 실력과 꼼꼼한 애정이 기본 전제로 깔린 팀 같다. 이들이 만들어낼 하모니를 몹시 기대해도 ‘오버’는 아닌 듯싶다. 아울러 이들은 인간적인 매력으로 넘친다. 이들의 다양한 성격과 면모, 음악에 대한 순박한 일념은 사람을 끄는 흡인력이 있다. <4인놀이>가 팀을 결성하고 앞으로 보여줄 행보는 어떤 모습일까. 이재하 씨는 솔직하게 ‘티켓타워’라고 정의한다. 이름값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팀이 되겠단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민속음악, 즉흥적 요소를 경험하고 무대화하는 것이다. 또 티켓파워가 생겨서 사물놀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다. 위대한 그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연주자 이름만 보고, 4인놀이가 공연한다는 소리를 듣고, 공연장에 찾아오게 하고 싶다. 티켓 값이 아깝지 않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국악의 대중화는 첩첩난관이다. 듣기에 편하고, 흥도 나지만 먼저 나서서 찾는 팬들이 많지 않다. 먹고 사는 일도 쉽지 않다. 실제 많은 국악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이영섭 씨는 긍정적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서양식 삶을 살고 있다. 예를 들면 스페인도 자기의 악기와 음악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듣지 않는다. 그나마 한국은 낫다. 우리 것을 많이 살리려고 하고 있다. 예전보다 길이 열리고 있다.”

이재하, 신현석, 윤서경 씨는 여러 가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하 씨는 “국악은 대중음악과 다르다. 듣는 사람의 자세가 중요하다. 3~5분 즐거움으로 소비되는 음악이 아니다.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신현석 씨도 “국악은 연주시간이 길다. 음반에 넣다 보니까 3~5분으로 자르다 보니 감동이 극소화된다. 긴 시간동안 연주되는 국악을 들어보면 감동이 찾아온다”며 관객의 관심을 구했다. 윤서경 씨는 마케팅의 필요성과 연주자들의 자세를 꼽았다. 윤 씨는 “국악은 상업성을 띤 음악은 아니다. 그래도 연주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가야할 색깔을 지켜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포장하는 마케팅이 절실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국악을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재즈 같은 경우도 많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