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이상권 '사람의 풍경'전 - 욕망덩어리와 불만투성이

이동권 2022. 10. 4. 16:36

아줌마 밴드, 100x100cm, Acrylic on canvas,2012 ⓒ희수갤러리


세상엔 모든 것이 득실거린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 크게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래서 일상은 고단하고 논쟁은 그치지 않는다. 서로 헐뜯고 미워해도 무방한 세상이 돼버렸다. 그냥 모른 척하고 상대 안 하면 그만이려니 해도, 참으로 답답하고 울적한 세상이다.

도시의 풍경도 쓸쓸하고 차갑기만 하다. 사람들은 어디를 가는지 바쁘게 움직이고, 버스와 지하철은 피로하게 굴러간다. 또 주택가 골목에는 적막이 내려앉았고, 학원 가기 싫은 아이들만이 단조로운 일상을 채우고 있다.

조금만 더 세상을 깊이 바라보면 순식간에 눈앞이 아찔해진다.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기차역 주변을 기웃거리는 노숙자가, 생계를 잇기 위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곱은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삶의 상처에 멍들어 있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반면 사랑하기에 행복하고, 가난하기에 더욱 풍성한 사람들이 있다. 뛰어난 재주도, 특별한 인내심도 없지만 일상을 나누며 울고 웃는 우리 이웃들이다. 실적을 타박하는 상사의 불호령에도 처자식 생각하며 웃어넘기는 회사원도 있고, 엄마가 고생하는 줄도 모르고 등에 업혀서 잠든 갓난아이도 있고, 자본의 탄압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상권 작가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띄운다. 먹고 사는 일상이 울퉁불퉁하고 서툴지만 어떻게든 이겨내면서 하루를 달려보자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욕망이나 불만보다는 현실에 만족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서, 더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해 애써 보자고 얘기한다.

이  작가는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소소한 일상과 사람들, 도회지 회색빛 구석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옮긴다.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일상의 면면들을 날카롭게, 고단하고 반복되는 풍경들을 정겹게 아크릴로 채색한다.

그의 그림에는 노래를 부르는 아줌마밴드 엄마들과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아빠가 나온다. 또 서로 째려보면서 악다구니하며 토론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멍하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남자가, 길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새로 산 차를 집 앞에 세워놓고 노심초사하는 총각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눈에 익은 풍경과 사람들이다.

그는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자신의 일상은 어떠하고, 자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상상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향하고 꿈꿔야 할 세상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낮은 공간에서,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부대끼며 살고 있는지 묻는다.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함도 없고, 대단한 의미를 품은 그림도 아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나지막하고 끈질긴 사랑이 느껴진다.

이상권 작가의 작품은 힘겹고 고단한 삶을 이겨내는 열쇠가 ‘이웃과의 소통’에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사람들은 보통 사회와 타인보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중하면 삶이 더 윤택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욕망’에 집착하고, 아무리 많아도 채워지지 않아 일상이 불만투성이가 되고 만다.

 

 

행복한 퇴근1, 45.5x45.5cm, Oil on canvas, 2012 ⓒ희수갤러리

 

토론, 100x73cm, Acrylic on canvas, 2013 ⓒ희수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