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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미술과 인물

임선희 '장밋빛 인생'전 - 삶의 행복은 가상에서만 실현 가능한가

전시장 전경


상처가 보인다. 파도치는 바닷가를 거닐며 쓰디쓴 인생을 핥는 한 여자의 내면에 감춰진 고뇌가 보인다. 겉으로만 보면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내면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여자는 고민한다.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당당하게 자신을 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누가 봐도 성공한 ‘장밋빛 인생’을 만들 수 있는지.

현실은 만만치 않다. 여자는 마음을 내놓고 쉴 수 없는 현실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다시 허구로 진실을 가공한다. 가상의 드라마, 진부한 스토리로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만들며 위로한다. 임선희 작가는 거기에서 일종의 치유와 해소를 찾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과 행복, 장밋빛 인생을. 하지만 보는 이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어두운 밤, 오래되고 척박한 동네의 골목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다.

여자는 한 남자와 길을 걷다 부딪쳐 들고 있던 책들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또 여자의 얼굴은 갑자기 물을 뒤집어쓰고 망가져버린다.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영상 이미지는 모두 다 슬로 모션이다. 슬로가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스쳐 지나가면서 현실을 투영한다. 거기에는 어떠한 꾸밈도 없다. 연출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판에 박힌 일상을 보내며 하루를 지워간다. 그러지 않기 위해 자신을 내보이고, 뭔가를 꾸며보지만 인생은 따뜻하거나 정겹지만은 않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인생의 기쁨을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자기 혼자만 누리기에도 너무 작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의 짐을 짊어진 채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어두운 협곡 같은 길을 걷는다. 그렇게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문제는 손가락질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거나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냉대가 너무도 심하다. 조금만 만만해 보여도 함부로 얘기하고,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나간다. 사람은 모두 부족한 존재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겉모습에 치중한 나머지 자신을 성찰하는 것에도 게으르다. 그래서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저절로 우울증이 찾아온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무뎌지지만, 마음을 할퀸 상처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간다. 반대로 우쭐대고 자기만 생각하는 정도도 심해진다.

이타심이 필요하다. 보다 넓은 이해로 삶의 날카로움을 정화시키고,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숨겨진 인간의 가치와 품위를 찾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임선희 작가의 장밋빛 인생은 가상의 공간, 드라마나 연극 같은 공간에서만 실현되고 말 것이다.


전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