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5. 18:03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장준하 일행은 투차오로 떠나기 전 해결할 일이 있었다. 정당에서 문란한 댄스파티를 열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었다. 충칭에서 활동하는 독립운동가들은 당의 운영경비를 조달한다는 명분으로 추잡한 댄스파티를 열었다. 중국법상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의 체면에 먹칠하는 꼴이었다.
장준하는 무너진 기강과 도덕적 해이가 부른 결과이자 독립 투쟁이 오랫동안 벌어지면서 찾아온 무료와 권태의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동지 20여 명과 함께 몽둥이를 들고 댄스파티장에 난입해 콩알탄을 바닥에 뿌렸다. 콩알탄은 작은 충격에도 소리를 내며 터지는 화약이었다.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파티 참가자들은 바닥에서 터지는 콩알탄 소리에 놀라 혼비백산해 달아났고 정당 관계자들도 몽둥이를 들고 출입문을 지키는 장준하 일행을 보고 겁에 질려 자취를 감추었다. 일행이 댄스파티장 난입 사건을 벌인 뒤 충칭에서는 댄스파티가 열리지 않았다.
장준하 일행은 투차오에 도착해 기독청년회관에 숙소를 잡았다. 숙소는 신축 건물답게 깨끗했고 도심지와 떨어져 조용했다. 생활환경이 열악했던 임시정부 청사와는 대조적이었다. 장준하는 <등불> 발간에 힘을 쓰면서 동지들과 함께 엄격한 규율을 세우고 공부와 체력단련에 열중했다. 독립투사로서 품위를 잃지 않도록 흐트러지거나 나태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임시정부에서 경위대를 조직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내무부장이 장준하 일행을 한두 명씩 따로 불러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장준하는 일행이 임시정부 요인들과 만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아니 막을 수 없었다. 모양새가 임시정부를 적으로 삼는 것이기도 했고, 개인의 활동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기도 했다. 그러나 충칭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더니, 며칠 후 절반 가까이 되는 동지들이 떠나버렸다. 장준하 일행은 한 장짜리 <등불> 호외를 만들었다. 댄스파트장에 난입할 때 사용했던 몽둥이까지 지참하고 임시정부로 향했다. 일행은 임시정부 앞마당에 전단을 뿌리면서 경위대 해체를 외쳤고, 내무부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는 항일투쟁에 나서겠다고 일본군을 탈출해 6천 리를 걸어온 젊은이들을 휘하에 두려는 수작을 묵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무부장이 이미 몸을 숨긴 뒤여서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경위대는 임시정부 요인들과 그들의 가족 경호, 한국광복군총사령부의 경비를 맡는 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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