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5. 18:00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장준하 일행은 미군 군복으로 탈의했다. 미국인과 체형이 달라 소매와 바지 기장이 길었고, 품도 매우 넉넉했다. 미군은 간이침대와 두터운 미제 모포도 지급했다. 모포는 푹신하고 부드러워 살갗에 찰싹 달라붙었다. 일행은 OSS(미국 전략정보국, Office of Strategic Services) 대원이 되기 위해 3개월 동안 특수훈련에 들어갔다. 미국은 임시정부에 대한 불신이 컸다. 임시정부는 내부의 분파주의가 심했고, 대중적 기반이 약했다. 해방 후 임시정부가 한국을 이끌 능력도 부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OSS를 동원해 광복군을 따로 훈련시켜 미군의 한반도상륙작전에 투입할 계획을 짰다. 장준하는 1945년 5월에 제1기 훈련원으로 들어가 그해 8월 4일 졸업했다. OSS는 훗날 미국 CIA로 바뀌었다
지휘관은 미국인 도너번 소장이었다. 그는 일주일 예비훈련을 거치는 동안 개개인의 성향과 운동능력, 적성, 지능 등을 판별했다. 훈련병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작업은 은밀하게 추진됐다. 예를 들면 점심 식사를 할 때 인근에 화약을 폭발시켜 누가 놀라고, 놀라는 정도가 어떠한지 실험을 진행했다. 대원들은 훈련을 받는 동안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예비훈련이 끝난 뒤에는 정규훈련에 들어갔다. 미군 특수부대가 받는 훈련 그대로 유격, 낙하, 극기, 무술, 경계, 야영 같은 전투훈련을 받았고 정보, 교란, 무전 같은 특수훈련도 습득했다. 매일매일 고된 훈련과 작전기술을 쌓는 교육이 진행됐다. 중앙군관학교에서 받는 훈련과는 강도나 내용면에서 완전히 달랐다.
장준하는 항상 실전과 같은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일제를 괴멸시키고 조국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훈련을 받는 시간을 쪼개 <제단>이라는 잡지를 내놓았다. <제단>은 조국이라는 제사상에 청춘을 바친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었다. <등불>을 발행한 경험은 <제단>을 내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 과거보다 수준도 높았고, 제본 속도도 빨랐다. 특히 내용면에서 충실했다. 2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읽을거리도 다양했다. 그는 <제단>을 300부 발행해 제2지대 동지들에게 돌렸고, 충칭 임시정부까지 우편으로 발송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장준하는 <제단>을 제작하기 위해 회의실이나 식당 같은 장소를 빌리지 않았다. 중화기독청년회의 간사로 일하던 팬즈 박사의 도움으로 별도의 <제단> 편집위원회 공간을 마련했다.

'책 > 칼로 새긴 장준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09 - 장준하 일대기 095. 목불인견의 참상 - 김신일과 김신철 (0) | 2026.08.25 |
|---|---|
| 110 - 장준하 일대기 096. 광복군 제2지대 - 동북 방향으로 (0) | 2026.08.25 |
| 112 - 장준하 일대기 098. 목욕탕에서의 설득 - 팬즈 박사와 이중첩자 (0) | 2026.08.25 |
| 113 - 장준하 일대기 099. 피값 요구하는 한국침투공작 - 나는 나의 결심을 재고 있다 (0) | 2026.08.25 |
| 114 - 장준하 일대기 100. 삭발 후 꺼내 든 일기장과 잡지 - 나의 분신, 나의 유산 (0) | 2026.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