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5. 17:45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1945년 8월 13일 장준하는 이범석 장군과 함께 미군용트럭을 타고 시안비행장으로 향했다. 트럭은 흙먼지를 날리며 속도를 내더니 울퉁불퉁한 자갈길에 들어서면서 심하게 털썩거렸다.
장준하의 얼굴은 좌우로 흔들리며 잔뜩 굳었다. 조국 강산을 다시 밟는 흥분과 일본군의 느닷없는 공격을 대비해야 하는 초조감이 엇갈아가며 그를 괴롭혔다. 한국침투공작을 결심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줄다리기했다. 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슴을 펴고 심호흡했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됐다.
시안비행장 상공에 붉은 노을이 번지더니 천지가 금세 어둑해졌다. 더운 열기를 식히는 바람소리만 귀에 쟁쟁할 뿐 수송기는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장준하 일행이 비행장 대합실에 앉아 하릴없이 수송기를 기다린 지 8시간이 넘었다. 비행장 진입로 쪽에서 떠오른 달이 어느새 반대편 하늘에서 반짝였다. 장준하는 조국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려는 마음으로 무료한 대기시간을 견뎠다.
미군 수송기는 다음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활주로를 서서히 미끄러지며 나타났다. 이범석 장군, 장준하, 김준엽, 노능서, 이계현, 이해평을 포함한 미군사절단 28명이 수송기에 올랐다. 수송기는 날카로운 굉음을 내며 하늘로 떠올랐다. 장준하는 수송기가 이륙하자마자 눈을 감고 잠시 잠에 빠졌다. 엔진소리도 시끄럽고 조국 땅을 밟는 것도 흥분됐다. 일본군의 반응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비행장 대합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 졸음이 밀려왔다.
비행기 동체에 아침 햇살이 부딪쳤다. 두어 시간을 날은 듯싶었다. 장준하는 잠에서 깨 일출이 시작되는 가경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해방의 기쁨을 북돋아 줄 태양이 고국산천에 떠오르는 장관을 상상했다. 그러자 조국이 바로 발밑에 있는 것 같아 심장이 방망이질하듯 뛰었다. 그는 수송기에서 내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걸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조국을 되찾은 희열에 젖은 나머지 다리가 후들거려 발을 떼어놓지 못할 것 같았다.
수송기 기장이 미군 본대로부터 온 무전 교신 내용을 이범석 장군에게 전했다. 무전 내용은 미군사절단 한국진입중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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