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 장준하 일대기 105. 해방을 목전에 두고 - 준비하라, 진입한다

2026. 8. 25. 17:46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제2지대 분위기는 한국이 곧 해방이 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순식간에 바뀌었다. 삼삼오오 모여 조국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메아리쳤다. 일본이 포츠담선언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군사훈련과 한국침투공작도 중단됐다. 일본이 시간을 벌기 위해 간교하고 음험한 속임수를 쓰지 않으면 전쟁이 끝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조례 분위기도 달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조례에 참가한 대원들의 표정에서는 비장한 각오가 불타올랐다. 엄숙하고 강경한 태도로 애국가를 제창했고, 끝장을 보려는 마음으로 구호를 외쳤다. 일본이 항복하자 목소리는 여전히 씩씩하고 우렁찼지만 표정만은 생기발랄했다. 걸음걸이엔 자신감이 넘쳤고, 청춘의 아름다움도 철철 흘러넘쳤다. 조례에 묵념의 시간이 마련됐다. 대원들은 광복의 영광을 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동지들의 넋을 기렸다.


이범석 장군은 격변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측하고 서둘러 국내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임시정부가 이 장군에게 한국 정진군 총사령관 직책을 맡기고 광복 이후 전개될 불편한 상황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길 요청했다.


장준하는 흠칫 놀랐다. 민족의 해방을 목전에 두고 조국을 위해 꼭 필요한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고 싶은 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그러나 시기상조였다. 일본군이 한국 땅에서 물러난 것도, 정식으로 항복한 것도 아니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예상할 수도 없었다. 조국의 독립이 진정한 해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본으로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예속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야 했다. 일본군이 노린 교활한 함정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장군은 이미 미군사절단과 얘기를 끝마친 뒤였다.


장준하는 이범석 장군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근심을 접었다. 이 정도의 일로 불안에 떨 필요는 없었다. 그는 한국에 들어가서 해야 할 일들을 이범석 장군과 상의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우선은 일본군과 무기를 접수해 철저하게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었고, 그다음은 친일파들을 적출하고 식민지 잔재를 청산해 영광된 조국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불량한 정치세력들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하고, 전국의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