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갑자기 밝아진다.
거리를 가득 채운 설렘, 반짝이는 시골집의 등불, TV에서 방송되는 익숙한 명화.
그런 풍경 속에서 괜히 마음이 들뜨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거기 아쿠아리움에서마저도.
‘아! 가을에는 한가위가 있지!’

한가위에는 미소가 번지지만 동시에 가슴 한편이 무겁다.
자리에 앉아 잔을 가득 채운다.
자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이 술잔 속에서 한꺼번에 떠오른다.
잊을 수 없는 슬픔의 순간까지 모두.

명절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쓸쓸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시간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 나는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기쁨도, 쓸쓸함도 한꺼번에 입안에서 섞여 조금은 견딜 만한 시간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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