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째 비가 내렸다.
안개에 가까운, 가늘고 부드러운 가랑비가 거리를 적셨다.
국화는 그 물기 가운데서도 향기를 내뿜었다.
나는 국화꽃 앞에서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자주 잔을 들었다.
바람이 한결 서늘해지고, 나무들이 저마다의 빛깔을 지닌 채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릴 즈음이면 내 손끝에는 언제나 투명한 잔이 놓여 있었다.
술이든 가을이든 둘 다 시간이 익어야 제 맛이 나는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비에 젖은 노란 낙엽을 보면서 가슴이 적적했던 걸까?
비둘기는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잠시 멈춰 서곤 했다.
나도 술기운이 노랗고 축축하게 마음을 뒤흔들어 잠시 숨을 골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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