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갈수록 세상의 빛은 요란스럽다.
단풍은 노랗고, 검붉게 변하며 세상에 스며든다.
낙엽은 발자국 아래 부서지며 인고의 소리를 냈다.

가을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몸빛.
가을의 끝에는 결실이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마시던 술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은 쓸쓸히 흘러가는 것 같지만 값진 맛을 낸다.

가을 끝에는 하늘도 핀다.
찬바람에도 움츠려들지 않고, 묵묵히 마지막 빛깔을 발산한다.

가을이라는 계절.
바람과 냄새 그리고 햇빛과 함께한 것은 삶의 빈 공간을 채운 인간의 지혜였다.

바람이 옷자락을 스쳤다.
가을은 바람을 느껴야만 제 몸을 드러낸다.
느끼지 않으면, 가을은 그저 잿빛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노동 현장은 하늘에 더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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