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빛, 주황빛, 은빛이 서로 뒤섞여 번지는 풍경은 마치 잔 속에서 퍼져가는 알코올의 향기처럼 아찔하다.
“가을의 취기란 이런 거지.”

나뭇잎이 떨어져 흙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내 열정도 술잔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무심히 변색해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홀짝홀짝 술을 한 모금씩 마셨다.

낙엽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산길을 걸을 때마다 발끝이 바스락거렸고, 그 소리는 술잔에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단풍잎 하나를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 얇고 가벼운 잎 하나에, 계절의 무게가 고스란히 얹혀 있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길을 걸을 때면 꼭 술에 취한 듯한 착각을 느꼈다.

낙옆에 반사되는 빛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어딘가 쓸쓸했다.
마치 사랑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남는 여운 같았다.
나는 그 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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