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바라기는 여름의 화신이다.
강렬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태양을 닮은 모습으로 마지막 여름을 불태우려 하지만 머지않아 곧 고개를 떨굴 것이다.

나는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누구나 같은 시간을 품고 산다.
나에게 가을이 오면 해바라기에게도 가을이 온다.
시간을 이길 장사는 없다.
술 한 잔에 생각이 많아지고, 기억 속의 얼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아! 내 마음속의 가을인가!

해바라기가 고개를 숙이려고 한다.
한여름의 정열을 다 쏟아낸 해바라기가 이제는 황금빛 머리를 조금씩 떨굴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꼭 술에 취해 고개를 숙이는 사람처럼 보여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해바라기도 나처럼 점점 취해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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