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모스가 산들바람에 춤쳤다.
코스모스는 마치 누군가의 웃음처럼 가볍게 흔들리며 저마다의 찬란한 빛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나는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술잔을 들었다.
얇은 잔 속의 술빛이 마치 저 코스모스의 자줏빛과 섞이는 듯했다.
나는 혼잣말을 했다.
“코스모스 담금주는 눈으로 마시는 거야.”

잔 속의 술은 차가웠지만 술을 마시는 나의 가슴속은 따뜻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술의 맛은 결국 가을의 맛.
가을이 무르익는다는 건, 결국 취해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시간에, 기억에, 세상에, 감정에 천천히 젖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술잔을 비웠다.
술잔 바닥에는 꽃잎이 겹겹히 쌓여 있었다.
나는 꽃 향기를 마시듯 술잔을 코끝에 대며 조용히 말했다.
“가을이 내 안에 다 들어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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