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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내가 만난 사람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 듬성듬성 갈라진 땅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거목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


부드럽고 순한 인상을 풍기는 강동석의 바이올린 소리는 듬성듬성 갈라진 땅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커다란 나무를 닮았다. 어둡고 눅눅한 곳에는 따뜻한 꽃을 피우고, 거센 회오리가 몰아칠 때면 잔가지를 늘어뜨려 바람막이가 된다. 작은 새가 홀로 날아와 구슬프게 지저귀면 한결 응결되고 뜨거운 목소리로 화답하고, 하루하루 고된 일상에 지친 이들을 밝고 윤기 있는 선율로 어루만진다.

 

언젠가 간밤에 잠을 자지 못해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강동석의 바이올린은 지긋지긋한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이슬에 젖은 나무와 둥그스름한 그림자를 보면서 외로움이 느껴질 때 그의 활은 진한 향기를 발산하며 친구가 되었고, 비가 주르르 내리는 날 빗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고 빙빙 맴돌면서 괜히 초초한 마음이 생길 때에도 그의 음악은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아주었다.

폭넓은 레퍼토리와 섬세하고 이지적인 연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여러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중에서 세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그가 ‘신동’이라는 사실.

강동석은 여덟살 때 첫 연주회를 열어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으며, 17세의 나이에 미국 음악계가 가장 주목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재단 콩쿠르와 워싱턴의 메리웨더 포스트 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해 ‘신동’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는 또 케네기 센터에서의 데뷔 연주회와 세이지 오자와의 협연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세계적인 연주자로 확고한 기반을 다졌고,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인 몬트리올 콩쿠르, 런던 칼 플래시 콩쿠르, 브뤼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차례로 석권하면서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후 강동석에게는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푸르트 벵글러의 소나타를 찾아내 연주하거나 윤이상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등 끊임없는 탐구력과 열정으로 장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장인이 가져야 할 내면의 아름다움도 함께 키웠다.  매년 ‘희망콘서트’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간염퇴치 활동기금으로 기부하고 있으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파리 ‘뮤직알프페스티벌’의 음악감독 등을 맡아 음악을 통한 문화외교에도 크게 기여했다.

 

‘희망콘서트’는 만성 B형 간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치료를 돕기 위해 마련한 전국 규모의 행사다. 강동석은 환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명예대사로 일하면서 7년째 쉼표 없는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실내악을 야외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이다. 이 축제는 강동석이 프랑스에서 열었던 ‘뮤직알프페스티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행사이다. 음악적으로는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을 면치 못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공연 시즌을 봄으로 옮기고 이름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로 개명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국과 외국의 탑 뮤지션들이 참여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선보이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한국의 연주 수준을 향상하고 한국인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일정 정도 기여를 할 아주 소중한 프로젝트입니다. 세계 우수 대학의 교수진으로부터 마스터 클래스를 경험하고 실내악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학생들에게 SSF는 교육적으로도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훌륭한 음악가에게도 싫어하는 일이 있다. 바로 ‘레코딩’이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앨범을 냈지만, 실상은 매우 힘들고 어렵게 활을 켜고 있다.

“개인적으로 레코딩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부자연스럽고 영감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라이브 콘서트에는 연주자가 소통할 수 있는 관객이 있지만, 음반을 녹음할 때에는 마이크 앞에서 연주합니다. 그래서 영감보다는 테크니컬한 면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평소 음반을 잘 듣지 않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듣는다. 하지만 그는 “시벨리우스 위모레스크나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소품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훌륭한 곡을 듣는 것은 즐겁다”고 덧붙였다.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와 발전을 위해 관객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아름다운 음악들을 마음껏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두 번 듣다 보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지 않고 접근하기도 쉬운 공연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