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5. 18:16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낮에는 고갯길을 오르고, 밤에는 주막에서 자는 행군이 반복됐다. 한 끼는 따끈한 두부탕으로 배를 채웠고,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피로에 지쳐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다. 옴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는 모두 벌거숭이로 유황 돼지기름을 몸에 발랐다. 새벽에는 습관적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밀가루빵을 손에 쥐고 길을 나섰다. 오직 허기를 때우고, 동력을 얻기 위해 먹는 음식이었다.
장준하 일행은 아흐레를 걸어 파촉령 고개 꼭대기에 도착했다. 안하에 펼쳐진 풍광은 장대했다. 북풍은 사납게 볼을 할퀴었지만 가슴은 탁 트였고, 두 눈은 웅장한 대자연에 그대로 도취돼 빨려 들었다. 장준하는 장활한 고개가 빙 둘러 굽이굽이 펼쳐지자 삶의 의지가 악착같이 떠올랐다. 폐부 깊숙한 곳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조국 독립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장준하 일행은 파촉령을 넘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내리막길도 오르막길처럼 경사가 급하고 바닥이 미끄러웠다. 일행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걸었다. 양팔을 벌리고 흔들흔들하면서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넘어지며 전신에 거멓게 멍이 들고 근육통이 찾아왔다. 일행은 일제히 앉아서 미끄럼을 타거나 데굴데굴 구르다시피 좁은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행군 속도는 비교적 빨랐다. 바쁜 걸음으로 오르막길을 걷는 것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중심을 잘 잡고 미끄럼을 타듯이 내려가면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일행은 빵글빵글 웃으면서 행군을 즐겼다. 행군 속도가 빨라질수록 지치기보다는 충칭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진다는 생각에 흥분됐다.
사흘이 지나자 산길이 완만한 내리막으로 접어들더니 바둥으로 향하는 끝없는 평지가 시작됐다. 라오허커우를 떠난 지 열사흘 만이었다. 평지 옆으로는 장강으로 흐르는 널따란 지류가 손금처럼 펼쳐졌고, 묘묘한 강물 위에는 작은 돛단배 서너 척이 떠 있었다. 일본군은 이곳까지 손길을 뻗치지 못했다. 일본군은 전쟁 물자를 말이나 트럭으로 운반했기 때문에 험난한 파촉령을 넘어 진격할 수 없었다.
장준하 일행은 개활한 평야를 힘차게 내딛으며 노래를 불렀다. 6개월 행군의 끝이 아물아물 보이기 시작했다. 충칭에 도착하기 전까지 또 무슨 일이 닥칠지 몰랐지만 멀지 않은 거리에 충칭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절로 기쁨이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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