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5. 18:08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장준하 일행은 2층 홀에 여장을 푼 뒤 임시정부 행정관을 따라 목욕탕으로 향했다. 중국 목욕탕은 컸다. 굴뚝도 하늘 높이 솟았다. 10킬로미터 밖에서도 목욕탕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대륙의 기질은 무엇이든 크고 넓게 만들었다. 목욕탕 안도 다르지 않았다. 식당이나 이발소 같은 편의시설이 함께 운영됐고, 3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옷장이 한쪽 벽면에 설치됐다. 온탕은 50명이 한꺼번에 앉아도 북적거리지 않을 만큼 널찍했다. 일행은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린 뒤 묵은 때를 벗겼다. 진드기가 물어뜯어 오돌토돌한 살갗이 몰라보게 매끄러워졌다. 증기욕을 하는 곳에도 들어가 신기한 표정으로 땀을 뺐고, 냉탕에도 들어가 물장난을 치며 놀았다. 장준하는 더운물에 몸을 담그자 일시에 긴장이 탁 풀렸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가득 차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스르르 눈이 감겼다.
장준하 일행은 목욕을 마치고 미리 지급된 광복군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군복은 푸르스름한 색에 양쪽 가슴에 주머니가 달렸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제작돼서 그런지 맞춤옷처럼 몸에 잘 맞았다. 전투모는 눌러쓰면 눈썹을 살짝 덮을 정도로 챙이 짧았다. 일행은 새 옷으로 갈아입자 날아갈 듯이 기분이 산뜻했다. 라오허커우의 진드기와 파촉령의 추위, 전쟁 같은 행군 과정에서 젖었던 피땀을 모두 털어내고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일행은 임시정부 입성을 축하하는 환영식에 참여했다. 단상에는 김구 주석을 비롯해 임시정부 요인들이 앉아 있었다. 장준하는 김 주석을 유심히 쳐다봤다. 맑고 또렷한 눈동자와 동그랗고 검은 안경테, 거구의 어깨를 감싼 하얀 두루마기, 잘록하고 단단하게 묶은 대님과 검은색 구두, 유장하지만 치밀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당당하고 의젓한 풍채였다.
김구는 1984년 해주에서 동학농민운동을 지휘하다 일본군에 쫓겨 만주로 피신해 김이언의 의병단에 가입했다. 이듬해 귀국한 뒤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고종의 특사로 감형됐다. 그는 감옥에서 탈옥해 황해도에서 교사로 일하다 신민회에 참가했고, 일본인을 살해한 죄목으로 다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 감형을 받고 출옥한 뒤 농촌계몽운동에 참여했다. 삼일운동 후 상해 임시정부 조직에 참여해 독립군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1940년 민족주의자들의 단일조직인 한국독립당을 창당했고, 광복군 총사령부를 설치해 항일투쟁을 전개했으며,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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