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 장준하 일대기 119. 너무도 다른 사람들 - 아침 햇살을 받으며

2026. 8. 25. 17:22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김구 주석의 일정은 빡빡했다. 김 주석을 보좌하는 장준하도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국내 여러 정당과 단체 관계자, 미군정 핵심 참모, 이승만 박사 등과의 미팅도 마련됐고, 거물급 정치인 4명과 연속 회담도 잡혔다. 4명은 한국민주당 송진우 당수, 국민당 안재홍 당수, 조선인민당 여운형 당수, 조선인민공화국 허헌 국무총리였다. 장준하는 그 자리에 입회해 회담 내용을 기록할 예정이었다. 그는 중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걱정도 됐다. 각자 이데올로기도, 노선도, 세계관도 달랐다.


장준하는 4명의 동향을 파악한 보고서를 올리고 한 시간 동안 브리핑했다. 김구는 먼동 햇살이 쏟아지는 집무실에 앉아 장준하의 보고서를 살피면서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경청했다.


한국민주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족주의 보수 정당이었다. 초기에는 임시정부를 지지하고 법통을 옹호했지만 이승만 박사가 단정을 주장하고, 임시정부가 단정을 반대하자 이승만을 지지하고 임시정부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한민당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이승만과의 정치적 갈등이 많아 스스로 야당이 됐다.


국민당은 조선건국준비위원회가 점차 좌경화되자 불만을 품고 부위원장직을 사퇴한 안재홍이 조선국민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사회민주당, 자유당, 민중공화당, 근우동맹, 협찬동지회 등의 군소 정당을 흡수해 국민당으로 개칭했다. 국민당은 임시정부를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조선인민당은 여운형이 중심이 돼 결성한 중도좌파 정당이었다. 신탁통치안을 결정한 조선공산당과 입장을 같이 했지만 좌우합작운동에 참여해 공산당과 보수 정당 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조선인민당의 일부는 조선공산당, 남조선신민당과 함께 통합해 남조선노동당을 결성했고, 여운형은 좌파 세력을 다시 규합해 사회노동당을 조직했다.


조선인민공화국은 조선건국준비위원회가 전국인민대표자대회를 소집해 선포한 사회주의 좌파 정부였다. 중앙인민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대부분 공산주의자였다. 공산주의자들은 박헌영 계의 재건파공산당이 많았다. 이들은 친일파와 친일 잔재를 완전히 척결하고 외세, 반민주주의, 반동적 세력과 철저한 투쟁을 통해 완전한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게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