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5. 16:54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장준하는 4.19혁명 이후 장면 정부의 국토건설부 본부장으로 발탁되면서 새 국가 건설을 위한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5.16군사쿠데타가 발발해 발을 뺐다. 그는 다시 <사상계>로 돌아와 쿠데타의 본질을 군부의 권력욕으로 정의하고 날 선 비판을 제기하다 부패언론인이라는 명목으로 ‘정치활동정화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은 멈추지 않았고, 정권은 <사상계> 죽이기에 나섰다. 3년 동안 혹독한 탄압을 자행해 장준하를 빚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사상계>는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가 거세가 일어날 때 선봉장 역할을 했다. 박정희가 전범 집단인 일본의 자민당과 굴욕적 매국협상을 벌인다며 국민을 투쟁의 장으로 견인했다. 박정희는 비상계엄을 발동했고, 장준하는 모처에서 은신했다. 계엄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던 장준하는 ‘한일회담은 신 을사조약’이라는 글을 다시 발표하고 전국 순회강연을 다니며 설파했다. <사상계>는 또다시 정권의 탄압을 받아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고, 장준하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사경을 헤맸다.
1966년 삼성이 사카린 밀수 사건을 벌이다 발각됐다. 박정희와 이병철 회장이 공모해 벌인 엄청난 규모의 조직적인 밀수였다. 삼성은 한국비료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사카린 2259 포대(약 55t)를 건설자재로 꾸며 들여왔다. 부산세관은 뒤늦게 이 사실을 적발해 1,059 포대를 압수하고 벌금 2천여만 원을 부과했다. 삼성은 정부의 지급보증 아래 상업차관 4천여만 달러까지 들여 일본 미쓰이사로부터 사카린을 수입했고, 박정희는 정치자금을 헌납받기 위해 삼성의 밀수를 허락했다.
장준하는 정권과 재벌의 정경유착을 심히 우려하며 거리로 나갔다. 그는 민중당이 주최한 규탄대회에 참여해 청와대와 재벌총수들이 벌인 범법행위를 낱낱이 폭로하면서 박정희를 밀수의 왕초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 일로 경찰에 연행됐지만 적용할 법이 없어서 금방 풀려났다.
장준하는 야당 대통령선거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윤보선 후보의 지원 유세에 다닐 때 더욱 과감하게 박정희를 공격했다. 어느 누구도 정면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였다. ‘일본 천황에 충성을 맹세하고, 일본군대 장교로 광복군에 총부리를 겨눈 사람이라’면서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민족의 수치라고 맹폭격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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