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 장준하 일대기 131. 민족통일운동에 앞장선 장준하 - 7.4남북공동성명, 통일운동

2026. 8. 25. 16:53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김영주 노동당조직지도부장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발표한 통일 관련 성명이었다. 남북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지 말고 자주적으로 해결하며,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며,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자.’면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국민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장준하도 성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새로운 운동의 길로 나섰다. 민주화운동에서 민족통일운동으로 폭을 넓혔고, 뛰어난 통찰력으로 통일운동의 앞날을 제시했다. 그는 통일의 주체로 민중을 내세웠다. 남한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계층이 아니라 빈곤과 억압에 신음하는 절대다수의 민중이 통일을 바라며, 이들이 걱정 없이 사는 세상, 이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위해 분단현실을 꼭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준하는 <사상계> 폐간 이후 함석헌 목사가 발간한 <씨알의소리> 1972년 9월호 ‘민족주의자의 길’이라는 기고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모든 통일은 좋은가? 그렇다. 통일 이상의 지상명령은 없다. 통일은 갈라진 민족이 하나가 되는 것이며, 그것이 민족사의 전진이라면 당연히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그 속에 실현될 것이다. 공산주의는 물론 민주주의, 평등, 자유, 번영, 복지 이 모든 것들에 이르기까지 통일과 대립되는 개념인 동안은 진정한 실체를 획득할 수 없다. 모든 진리, 모든 도덕, 모든 선이 통일과 대립하는 것일 때는 그것은 거짓 명분이지 진실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의 통일은 이런 것이며, 그렇지 않고는 종국적으로 실현되지도 않을 것이다.

7.4남북공동성명은 외세 의존적이고 대결지향적인 통일노선에서 벗어나 올바른 통일원칙을 도출한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7.4남북공동성명을 이용하고 그해 10월 유신을 선포해 그 의미는 빛바랬다. 특히 박정희의 최대 정적이었던 야당지도자 김대중 납치사건을 벌여 남북조절위원회마저 중단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