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다. 무료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동안 객실에서 느끼는 무료함이 아니다.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자신이 왠지 모르게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엄습하는 무료함이다.
인간은 할 일이 없을 때, 시간이 남을 때 티브이나 책을 보거나 공원이나 약수터를 산책하면서 삶의 긴장을 늦추고 휴식한다. 심지어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며 심신을 충전한다. 그렇다고 딱히 무료함을 느끼지 않는다. 먹고살기 팍팍하고, 아이들 키우기 바쁘고 …… 온전하게 일상을 꾸리기도 힘든 상황에서 무료함이 웬 말인가.
그런데도 일상이 무료하다면 자극이 필요하다. 뭔가 인생이 꽝이거나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라 허우적대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해야 재밌고 의미 있는지 모르고 시간에 쫓겨 사는 사람들이 보통 일상에서 자주 무료함을 경험하고, 무료함에 질려한다. 그럴 때는 그 답답한 무료의 시간을 죽이자. 무엇이든지 좋다. 아침 일찍 이정표를 찍고 떠나 보고, 듣고, 먹고, 사색하는 부지런함이라도 떨어 보자.
용산역에서 대천역으로 가는 장항선 기차를 탔다. 대천역에서 내려 대천해수욕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섬으로 이동했다. 섬의 이름은 죽도.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의 중간 지점에 있다. 죽도는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아 대섬으로도 불렸다.
자연과 인간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상화원
죽도 한가운데에는 상화원이 있다. 상화원(尙和園)은 ‘조화를 숭상하는 정원’이라는 뜻. 이곳은 정녕 휴식의 공간이자 진정한 만남의 장소였다. 자연환경과 뒤섞인 건축물과 조경, 부대시설이 너무나도 조화로워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나무 그늘을 만드는 녹음수 밑에 조성된 의자와 돌덩이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쉼터와 매점, 보행 길 중심으로 구성된 정원과 생태 공간 모두 하나 같이 서로 잘 어울렸다.
상화원에서 가장 인상 깊은 시간은 2km에 하는 회랑길 산책이었다. 전통 한옥과 정원이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 회랑길은 신묘한 매력으로 가득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회랑길을 걸으면 먼저 바다 내음에 취했다. 이어 천천히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에 심취돼 시선을 빼앗겼고, 마지막에는 탄성을 내지르며 절로 이곳을 예찬하게 됐다.

상화원은 자연과 인간의 위대함을 느끼게 했다.
자연은 섭리 그대로도 은혜롭고 존경스럽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도 회생하고 순환하며 껴안는다. 어느 순간 무기력하게 파괴되는 것 같아도 신비롭게 재생한다. 지구에서 인간이 전멸하더라도. 상화원은 자연 그 자체였다. 인간이 만들지만 인위적인 것을 배격하고 자연 그대로의 이상적인 경지로 끌어올려 놓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기존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올바르게 현상을 들여다보거나 사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힘에서 찾는다. 상화원과 처음 마주할 때 그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상화원은 무분별한 상업 관광지 개발 논리에서 벗어났다. 콘크리트 건축물과 현대적인 시설 대신 주위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산, 바다, 나무가 어우러진 인공을 차용했다.
상화원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사유지다. 하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 자연 친화적인 정원에서 한가롭게 반나절을 보내는 여유는 삶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경험. 몇십 번 다시 방문한다 해도 그 수고로움은 번거롭지 않다. 외려 긴장과 피로가 일시에 풀어지며 감개와 흥분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입장권 대신 바꿔 먹는 식음료도 좋았다. 약간의 간식을 곁들인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여행이다. 꼭 간식을 챙겨 가길 바란다.
상화원에는 전통 한옥을 충실하게 복원한 한옥마을과 죽림과 해송 숲을 아우르는 빌라단지, 섬 전체를 빙 둘러 연결된 회랑길과 천혜의 낙조를 조망하는 석양정원 등이 있다.
상화원에 관한 다양한 여행 정보는 상화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야기 > 여행과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거친 물살을 타고 짜릿한 스릴 만끽하는 내린천 래프팅 (0) | 2023.08.11 |
|---|---|
| 간단한 산행과 함께 즐기는 여름가을 계곡 여행 (1) | 2023.08.11 |
| 최영장군 묘역 - 이성계도 존경한 명장 (0) | 2022.10.25 |
| 철원 고석정 - 가볍고 유연한 풍류 (0) | 2022.10.25 |
| 흥국사 - 천년고찰이 주는 기쁨 (0) | 2022.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