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 장준하 일대기 067. 깊은 잠을 방해한 낯선 손님 - 가려움

2026. 8. 26. 14:43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장준하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난양으로 향했다. 난양에는 중앙군 부대가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보급품을 받아야 다음 여정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보장은 손을 흔들며 인자한 미소로 일행을 전송했다.


선발대는 두세 시간 앞서 길을 나섰다. 하루를 푹 쉬고 나섰지만 발걸음은 더욱 무거웠다. 견딜 수 없는 피로에 정신이 잠식되고 말았다. 한 번 긴장을 내려놓자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기 힘들었다. 마을에서 닷새 정도만 걸으면 난양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했다. 선발대 인원은 계속 교체됐다. 보장과 협상해 숙소를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일행의 저녁식사도 준비했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셌다. 그러나 장준하는 항상 선발대에 참여했다.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했다. 일행도 장준하를 워낙 믿고 따랐기 때문에 그가 먼저 나서 주기를 바랐다. 식량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었다.


선발대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우거진 산길을 지나 개울물이 고이는 빨래터에 당도했다. 좌우로 퍼진 구릉 한가운데에 자리한 마을이었다. 마을은 작은 시장이 설만큼 인구수가 제법 됐다. 장준하는 보장을 찾아가 잠자리를 부탁했다. 보장은 장준하 일행의 인원수를 듣고 큰 막사를 내주었다. 소와 돼지를 키웠던 우리였다. 장준하는 곧바로 일행의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시장으로 나가 소고기와 채소를 구입해 국을 끓였다. 그가 중앙군관학교에서 취사 담당을 맡아 처음으로 내놓은 음식이었다. 밤늦게 도착한 일행은 오랜만에 직접 끓인 음식을 나눠 먹으며 피로를 풀었다. 장준하는 난양까지 갈 동안 낮에 먹을 음식도 준비했다. 행군 도중에 취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점심은 전날에 준비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잠은 헛간에서 나뭇가지를 깔고 잤다. 나뭇가지는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똑똑 부러지는 소리를 냈다. 꺾어 놓은 지 오래돼 쾨쾨한 냄새까지 풍겼다. 그래도 찬 바닥에서 자는 것보다 나았다. 일행은 깊은 잠에 빠지지 못했다. 자다 말고 일어나 인상을 쓰며 팔과 다리를 긁적거렸다. 피부가 헐 정도로 손톱으로 박박 긁었다. 진물이 툭툭 터져 나왔다. 옴이었다. 일행의 몸은 바닥을 기어 다니는 진드기에 물려 벌겋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옴은 손가락과 발가락사이,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같은 연한 살부터 짓무르게 만들면서 전신으로 퍼졌다. 차라리 옻이 오르는 게 나았다. 옻은 옻나무에서 나는 진이 피부에 노출돼 두드러기가 돋고 가려움을 유발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도 않았고 진물도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