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5. 18:39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장준하 일행 중 다섯 동지가 여성들과 뒹굴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불끈불끈 솟아나는 성욕을 채우기 위해 날이면 날마다 여성들이 머무는 숙소를 드나들었다. 여성들도 이들의 유혹을 뿌리지지 못하고 상대했다. 이들의 행각은 단순히 성욕을 채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말초적인 쾌감에 젖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파괴적인 섹스에 몰두했다. 남녀 10명이 뒤엉킨 소리는 같은 숙소에 묵던 동지들에게 벽을 타고 그대로 전달됐다. 격정적인 신음소리,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 어떤 때는 구령소리에 맞춰 삽입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타성과 태만에 빠진 동지들도 그 소리를 듣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장준하는 나태하고 비소한 언행이 일행 안에 방만하게 번진 것은 견딜 만했다. 썩어빠진 정신은 충칭으로 가는 고난의 행군 동안 십분 개조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섯 동지의 변태 행각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공동체 의식을 파괴하고, 독립투사의 긍지를 손상시킨 행동은 엄벌이 필요했다.
장준하는 일행을 모두 마당에 불러 놓고 다섯 명이 저지른 잘못을 상세히 밝혔다. 또 이들이 동지들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내렸다. 뺨 서른 대였다. 장준하는 김준엽과 함께 동지들의 뺨을 때렸다. 형식적인 처벌이 아니었다. 찰싹찰싹 소리가 나도록 세게 후려갈겼다.
장준하와 김준엽의 마음은 무거웠다. 눈물은 흘러내렸고, 손바닥 힘은 빠졌다. 한평생 뜻을 같이할 동지들을 자기 손으로 때려야 한다는 사실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행의 해이해진 기강과 혼탁해진 윤리를 바로잡고 충칭으로 가는 목표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부정에 관대하게 대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조국 독립이라는 높은 뜻을 강직하게 밀고 나가려는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뺨을 맞는 동지들은 두 사람의 진심을 알았다. 단 한 번도 눈을 흘기거나 반항하지 않고 이들에게 뺨을 대며 용서를 구했다.
장준하는 전쟁 중 적군에 대한 복수심이 폭발해 벌어진 강간마저도 용인하지 않았다. 전쟁이 인간성을 말살하고, 끝이 없는 타락으로 이끌고, 삶의 의의를 찾지 못하게 만들더라도 한국의 아들들은 고귀한 인성의 소유자가 되길 바랐다. 그것이 황폐화된 조국을 새롭게 번성시킬 밑바탕이 된다고 믿었다. 민족을 배신한 친일파들의 야비한 행동이 그토록 싫은 이유도 똑같았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은 짐승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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